2015 세계과학정상회의의 핵심 행사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장관회의'에서 글로벌 과학기술 대표들이 앞으로 10년간 추진할 세계 과학기술정책 방향을 담은 '대전선언문'을 채택, 발표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을 비롯, OECD 34개 회원국과 13개 협력국,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등 57개국 장·차관과 12개 국제기구 수장들은 인류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 기후변화, 빈부격차, 감염병 등의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과학기술혁신'을 꼽았다. 이들은 단일 국가 차원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10년간 이 이슈에 과학기술정책을 집중하고 국제공조를 통해 어려움을 타개하자고 다짐했다.

특히 과학기술혁신을 통한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복지 향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투자와 정책 및 규제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함께 했다. 기초 및 응용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예산지원, 시장 친화적인 경쟁환경 조성, 교육 및 훈련시스템 강화, 과학기술 기관에 대한 신뢰와 상호소통, 보다 강화된 국제협력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가 회의 개최국이자 의장국으로서 장기 글로벌 과학기술 정책방향을 담은 선언문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대전선언문 채택을 통해 향후 세계 과학기술 발전의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평가했다.

회의 개최국인 만큼 정책 실행 과정에서도 우리나라가 해야 할 국제적 역할은 크다. 결국은 국가 연구개발(R&D) 집중도를 높이고, R&D 성과가 각종 현안 해결에 효과적으로 투입되도록 '살아있는' 정부 정책결정 시스템과 연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 내 문제 해결에도 과학기술을 제대로 활용 못 하면서 글로벌 문제 해결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언문에서도 담았듯이 공공 혁신역량 강화와 시장 친화적인 경쟁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정부는 R&D혁신을 얘기하면서 예산과 인사, 감사, 기술산업화 등 정부 시스템의 허점은 그대로 둔 채 연구자들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리고 있다. R&D 정책과 산업규제 및 육성정책이 따로 놀면 아무리 좋은 연구결과도 연구자 서랍 속에서 썩을 수밖에 없다.

과학정상회의에서 공개된 OECD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투자규모에 비해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혁신능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연계성이나 국제협력 수준도 낮다. 5년 단임 대통령 체제 하에서 단기적인 정책 추진과 인물 기용이 일반화되다 보니 긴 호흡이 필요한 국제협력에는 극도로 취약한 구조다. 교육과 인재양성 시스템도 뿌리 깊은 문제다.

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 일본 나가노대 교수는 이번 행사에 참석해 "학자와 전문가, 기술자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이 가능하려면 위기의식을 갖고 세상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리더를 고등교육을 통해 양성해야 하고, 특히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선언문에 담긴 정책 방향을 내실 있게 실천하는 일이 남았다. 과학정상회의를 통해 지향한 '과학외교 강국 도약'을 이뤄내려면 결국 우리 '과학기술혁신' 체질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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