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기업 10곳 중 1곳은 `좀비기업`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49개사 … 재무구조 부실 심각
국내 500대 기업 10곳 가운데 1곳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거둔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매출 5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13년과 지난해에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은 모두 49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1년이라도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을 기록한 기업은 2013년 75개사에서 지난해 85개사로 10곳이나 늘었다.

재무건전성을 진단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5 이상이면 상환능력이 안정적이지만, 1 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평가된다.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을 기록한 49개 기업은 지난해 3조92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급해야 할 이자는 4조8666억원으로, 이자보상배율은 -0.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2013년 이자보상배율은 -1.6이었다.

평균 수치는 2013년보다 개선됐지만, 부실기업 숫자는 더 늘어났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 미만인 49개 기업 중 절반이 넘는 25곳(51%)은 30대 그룹 계열사였다.



30대 그룹 계열사 별로는 현대중공업 계열이 3곳으로 가장 많았고 SK, LG, 한화, 한진, 동부그룹 계열사가 각 2곳씩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GS, CJ, LS, 대림, 현대, OCI, 금호아시아나, KCC, 동국제강 등도 각각 1개 계열사가 포함됐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남석유화학의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전년보다 107.4 악화한 -250으로 최악을 기록했다. 이자비용은 5억6000만원에서 3억1000만원으로 45.1% 줄었지만, 영업적자도 794억원에서 765억원으로 단 3.7%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어 2위는 물류업체인 유라코퍼레이션으로 지난해 영업적자는 442억원, 이자비용은 5억원으로 이자보상배율은 -84.3을 기록했다. 이어 현대미포조선(-71.7), 쌍용자동차(-67), 현대삼호중공업(-52.3) 등도 영업적자로 인해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계룡건설산업(-4.2)과 한화건설(-3.8) 등 25곳도 이자보상배율이 0에 못 미쳤다.

아울러 영업이익은 내고 있지만, 부채 규모가 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도 19곳이나 됐다. LS네트웍스와 코오롱글로벌, KCC건설은 이자보상배율이 0.1이었고 대한전선·한진해운·한국철도공사도 0.2에 불과했다. GS건설·티케이케미칼·한라·CJ푸드빌은 0.4, 아시아나항공·하이프라자 0.6, 한화케미칼 0.7, STX 0.8, SK해운·대창·대한항공 0.9, 두산건설·삼동 1.0 등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건설이 12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석유화학과 조선·기계·설비 업종이 각 7곳으로 공동 2위였다. 그 뒤를 운송(5곳), IT·전기·전자·철강(3곳), 공기업·상사·자동차·부품(2곳) 등의 순으로 이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