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가입땐 섬유산업 호재 기술집약 핵심부품소재는 대일의존도 더 심화시킬듯 국제경쟁력 회복위한 새 전략으로 옮겨가야 산업정책적 노력 필요한때
김 영한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우리나라가 뒤늦게 참가함에 따른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세계시장의 40%에 해당하는 거대시장에 우리나라만 열외국으로 남게 됐다는 표현까지 나오면서, 서둘러 추가가입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TPP는 지역안보협력체제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회원국간 시장개방협정이다. 이미 관세측면에서는 회원국간 관세수준이 그리 높지 않기에, 주로 회원국간에 미국주도의 제도적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주된 부분을 차지해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이 TPP 이외에도 중국이 참가하고 있는 다자간 시장개방협상인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에 참가해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러한 메가FTA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또 지불해야하는 비용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TPP와 또 RCEP에 대한 올바른 정책방향을 찾아야 할 때다.
TPP에 참가하고 있는 12개국 중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는 일본과 멕시코뿐이다. 따라서 TPP가 우리경제에 대해서 가지는 실질적 의미는 한일FTA와 다름 아니란 것이 중론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일 주력수출품에 부과되는 일본의 관세는 1%미만인데 비해, 우리나라가 일본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평균 7.8%임을 고려하면, 한일FTA의 실질적 효과는 한국의 일방적 시장개방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가 TPP에 늦게 가입해서 얻게 될 경제적 손실이란, 일본에 대하여 우리의 일방적 시장개방이 늦어져서 발생하는 손실이다.
미국 등 10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 경제에 TPP가 가져다 줄 실질적 효과로서 추가적인 관세인하를 통한 해외시장접근기회 확보효과는 미미하나, 누적원산지기준이 적용되면서, TPP회원국으로부터 수입한 원자재를 주로 사용하는 중소기업이나,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원자재를 사용해 TPP회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TPP회원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해 이러한 누적원산지 규정을 통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산업으로는 섬유산업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TPP가입은 일본에 대한 우리의 일방적 시장개방 측면이 강한 만큼, 현재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집약적 핵심소재 및 핵심부품부문에서 한국제조업의 높은 대일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TPP가입의 주된 목적이 우리기업의 해외시장접근기회를 확대하고, 우리경제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TPP에 대한 지각생이라는 조급증으로 무리하게 참가를 서두르기 보다는, TPP가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산업정책적 보완을 통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즉 TPP의 실질적 효과는 한일FTA인 만큼, 일본에 대한 기술집약적 핵심소재 및 핵심부품산업의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투자와 국내핵심소재 및 핵심부품산업육성을 위한 정책노력이 TPP가입에 선행돼야 한다.
지난 2003년 한-칠레 FTA체결을 필두로 우리나라는 단 12년 만에 49개국과 15건의 FTA를 체결하는 등 전 세계에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FTA체결에서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FTA 체결 건수와 경제영토 측면에서 가장 앞서있는 페루와 멕시코의 산업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해온 경험은, 단순히 FTA체결건수와 경제영토를 넓히는 것이 우리경제의 경쟁력 확보를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최근 2년 넘게 0%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경제가 성장잠재력을 상실한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는, 우리의 TPP참가가 늦어지거나 FTA 체결국가가 상대적으로 작아서가 아니다. 전자, 통신기기,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제품이 중국 및 미국시장뿐만 아니라, 심지어 국내시장에서조차도 중국 및 경쟁국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기술적 차별성과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우리산업의 기술적 한계가 최근 한국 경제침체의 주된 요인이라는 것을 직시해야한다.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산업통상정책의 무게중심을 FTA 체결 건수 극대화전략에서, 우리산업의 국제경쟁력 회복을 위한 산업기술경쟁력 극대화전략으로 옮겨야 한다.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해서는, 대부분 우리나라의 공적원조(ODA) 대상국가인 중남미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추가적인 FTA체결을 위해 대규모 산업통상관료조직을 투입하기보다는, 한국산업의 기술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략적 산업정책노력이 더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