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 등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속속 론칭되면서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을 일컫는 '핀테크(Fintech)'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치솟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핀테크를 단순히 '간편결제'라는 새로운 결제 형태로만 한정해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핀테크는 단순한 간편결제를 넘어선,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 더 나아가 우리 일상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새로운 흐름이다.
일례로, 최근 국경절을 맞아 한국에 방문한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만 봐도 핀테크가 우리 삶을 크게 변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유커는 호텔에 묵을 때도, 원하던 물건을 구매할 때도 현금이나 카드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모바일 상의 결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나 메신저 내 결제 창을 통해 미리 등록해 둔 결제 수단으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여행 준비를 위해 필수적으로 현금을 환전하거나, 글로벌 결제가 가능한 카드를 챙겨가야 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와 같은 일명 '간편결제'는 스마트폰의 결제 앱과 가맹점의 포스(POS)가 바로 연동되기 때문에 기존 금융권이 구축하고 있는 지급결제망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 덕에 소비자는 더 낮은 수수료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게 된 반면, '지급결제망'이라는 금융권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자산은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현행 법규와 각종 규제로 무장한 기존 금융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중국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쓸 수 있도록 허용한 정부의 결정이 큰 역할을 해냈다.
한국보다 먼저 핀테크가 발전한 중국에서는 이미 핀테크란 '일상'이다. 중국 핀테크를 주도하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Alipay)'와 텐센트의 '위챗페이(Wechatpay)'는 이미 중국을 넘어 한국에서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중국 시장 성장의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두 회사는 O2O 시장에서 최적의 결제 서비스로 자리 잡으며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거기에 올해로 인터넷뱅크 라이선스도 취득해 다양한 핀테크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금융권, 특히 몇몇 대형 은행이 주도해온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고객보호'라는 미명하에 PG사나 통신사 등 ICT기업이 은행의 고객 기반을 갖지 못하도록, 금융권이 정한 온갖 기술 표준을 규제를 통해 강제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글로벌기업 애플, 구글도 결제 분야에서는 한국 진출에 실패했다. 금융권과 금융권에 부역하는 대형PG사를 포함한 몇몇 IT업체는 생존했지만, 시장 방어에만 급급했던 나머지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각종 규제를 철폐하여 기존 업계에 대해 보호를 해제하고 불필요하게 집중된 금융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춤으로서 다양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정부는 해외 간편결제를 국내에 도입하는 데 법적 걸림돌이 되었던 '외국환거래' 업무를 올 초 은행이 아닌 PG사에도 허용함으로써 몇 년간의 소모적 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내년도에는 송금이체업을 법제화해 해외송금 시장을 개방할 예정으로, 글로벌 핀테크 기업인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와 같은 핀테크 기업이 성장할 토대를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점포가 필요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허가가 임박했고 차후 그 숫자도 늘려갈 예정으로 소수의 대형 금융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국내에서도 '은행'의 절대적 입지는 사라졌다. 은행만이 할 수 있던 일들은 핀테크라는 거대한 시대의 조류를 만나 더 이상 '유일'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것이다. '금융은 IT다'라는 말이 있듯, 금융과 IT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유기적 관계에 있다. IT 경쟁력을 갖춘 핀테크 기업들이 자유롭게 금융사업을 펼칠 수 있는 시장이 오고 있는 지금, 핀테크라는 거센 조류를 만난 은행권, 그리고 그와 관계된 다양한 산업군은 지금 도래한 '핀테크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만 시류에 뒤쳐지지 않을 것이다.
김준헌 케이알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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