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육성 없이 금융경쟁력 제고 어려워
거래소지주회사 전환 계기 서울증권거래소 명명 제안
금융중심지 의미 부여해 글로벌 경쟁력 키워야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서울의 여의도에는 거래소를 비롯하여 금융회사들과 지원기관들이 들어서 있어 가히 대한민국 금융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2015년 국가경쟁력에서는 우리나라는 종합 26위로 지난해 순위를 유지했으나 금융 부문은 7단계 하락한 87위여서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부문에서는 뉴질랜드, 싱가포르, 홍콩, 캐나다, 미국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해 금융개혁 성과가 반영되지 않았고 설문조사 위주의 조사 방식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있지만 상위권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만은 없는 수치이다.

현 정부의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금융부문이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서울 여의도를 금융중심지로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치 금융, 낙하산 인사, 가계 부채 등으로 인해 외부에서는 국내 금융업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금융개혁들이 현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 금융중심지의 이미지를 확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규모는 보잘 것 없다. 세계 50대 은행 순위에서 우리나라 은행은 찾아 볼 수 없다. 금융투자업의 규모는 은행이나 보험에 비해 훨씬 더 왜소하다. 자본시장법을 만들어 금융투자업의 업무영역을 확대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을 육성하지 않고 금융경쟁력을 높이기는 어렵다. 금융 부문 상위권 국가들을 보면 금융중심도시에 금융회사 집적을 통한 금융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특성상 기업과 투자자간 자금흐름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과 금융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는 금융인프라 그리고 전문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생활환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자본거래의 중심에는 거래소가 있다. 한국거래소(KRX)는 그 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리다보니 경쟁 부재, 비영리 공공기관적 성격 등으로 세계 거래소시장의 커다란 변화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 자본이동의 자유화, 기관투자자의 성장, 증권화·파생상품·구조화의 금융혁신과 IT기술의 발전, 규제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회원제 비영리 거래소들이 속속 주식회사로 전환해 직상장하고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한 해외 주식시장과의 통합과 연계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고, 거래상품을 개발하며, 매매관련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선하고 거래비용을 낮춰 투자자와 기업이 몰려들게 하기 위한 거래소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개혁을 추진해 거래소지주회사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한국자본시장의 경쟁력 유지 및 강화, 투자자보호 강화, 경영효율성 개선, 거래소 지주회사 IPO 신속 추진, 실질적인 주식회사로의 전환이라는 원칙을 내걸었다. 거래소지주회사 아래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선물시장은 완전자회사의 형태로 분할할 예정이다.

2007년 정부는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지구를 금융중심지로 선정한 바 있다. 경제규모로 보아 두 도시 간 경쟁은 낭비적이므로 부산은 장내파생상품거래와 선박금융으로 특화하고 증권거래와 자산운용은 서울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결해 홍콩, 싱가포르, 도쿄, 상해, 심천 등의 인접 도시와 경쟁해야 한다. 거래소는 거래주문을 내는 금융투자회사와 인접해 있어야 모니터링 및 시정이 가능하고 주문체결 시차발생으로 인한 운영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주식채권상장심사, ETF·ETN 등의 거래소금융상품 개발 및 상장심사, 그리고 수시공시를 포함한 공시관련 사항은 서류심사만으로는 부족하고 대면접촉을 통해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 거래소지주회사 전환을 계기로 자회사의 사명을 아예 현재 본부들이 위치하고 있는 도시의 명칭을 따서 서울증권거래소, 서울코스닥거래소, 부산선물거래소라고 명명할 것을 제안한다. 도시에 금융중심지의 이미지를 확고히 부여하기 위해서이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