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내년 1월부터 마이넘버라는 개인 식별번호 제도를 전격 도입한다. 용도와 형태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하다. 일본 내 행정업무 등에 활용할 예정이며 마이넘버를 통해 각종 디지털 업무 처리 또한 빨라질 것이라고 정부는 홍보하고 있다. 일본 내 여론은 좋지 않다. 국민에게 '식별번호'를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과거 군국주의 시대 통치와 다를 것이 없다며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을 낱낱이 지켜본 일본 입장에선 한국과 같은 정보유출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시행하는 마이넘버의 경우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와 달리 특정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무작위 번호로, 발급과 사용이 간편하며 일본 정보보호법에 따라 사전 보호 조치 역시 강력히 이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점을 내세워 국민을 설득하는 중이다.
이제 우리나라 얘기를 해보자.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과 출생지역, 성별 등 개인정보를 '최대한' 많이 담아낸 번호다. 제도 자체가 번호 하나만 보면 이 국민이 어디서 태어난 누구인지 곧바로 알아볼 수 있게 설계됐다. 현 디지털 시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체계다. 한낱 13자리 숫자에 개인의 고유 정보를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심지어 이 번호 하나로 대한민국 온갖 분야에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만능키로 만들어 놓은 뒤, 도둑보고 제발 훔쳐가지 말라고 간절히 기도만 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대규모 유출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체계 전면개편 카드를 꺼내 들지만 서너달 쯤 지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 운운하며 슬그머니 집어넣는다. 이번에도 역시 번호체계 개편은 물론이고 번호 재발급 등 최소한의 부작용 방지책마저 유야무야 됐다. 현재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조성된 각종 기업 시스템과 행정 조회 시스템을 개편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 충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다. 그렇다면 10년 후나 20년 후 중장기 대책을 세워 단계적으로 수정해나가겠다는 방향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현행 주민등록번호는 100년 후에라도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다음 정권에 떠넘길 일도 아니다. 더디고 느릴지라도 한 걸음씩 개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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