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탁 · 박정기 교수팀

국내 연구진이 빛을 쪼여 실리카(유리) 같은 단단한 세라믹 구조체의 모양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정교하게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김희탁·박정기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특정 방향성이 있는 편광에 반응하는 질소화합물인 아조(azo) 분자를 실리카 전구체와 결합해 빛을 쪼인 뒤 열처리 과정을 거쳐 나노미터 수준의 정교한 모양을 가진 유리 구조체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실리카 구조체는 유기물 구조체에 비해 고온·고압·바이오 물질과의 안정성이 우수하고, 내화학성·투명성 등이 높아 미세 유체칩 내부 채널이나 태양전지 기판 등에 폭넓게 이용된다. 하지만 실리카 특유의 높은 강도와 경도로 인해 구조체의 모양과 크기를 가공하기 어렵고, 나노미터 크기로 가공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소 원자 두 개가 이중 결합된 아조기 양끝에 벤젠고리 등이 결합한 '아조분자'를 이용했다. 아조분자는 빛을 받으면 빛의 방향과 나란히 배열돼 편광 방향과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 실리카 전구체 분자와 결합하면 빛의 방향에 따라 움직인다.

연구팀은 아조분자와 결합된 실리카 전구체를 용액-마이크로 임프린팅 기법을 이용해 도장같이 정해진 패턴 형태로 제작했다. 이어 아조분자와 실리카 전구체가 결합된 패턴에 빛을 쪼이면 편광 방향에 따라 움직이면서 원하는 모양 또는 크기로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를 400∼600℃로 열처리하면 아조분자가 포함된 유기물은 열분해돼 사라지고 실리카 구조체만 남게 된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30㎚ 이하 크기의 나노구조를 갖는 대면적 실리카 구조체를 만들었으며, 원형 형태의 홀이나 기둥 구조체에 빛을 쪼여 타원 형태 홀이나 기둥 무기물 구조체를 제작했다.

이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ACS 나노' 9월 2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일반연구자사업의 지원을 받아 강홍석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연구를 수행했다.

김희탁 교수는 "이 기술은 새로운 방식의 실리카 구조체 가공 방법으로, 세라믹을 나노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면서 "초소수성 기판이나 미세 유체칩 내의 미세채널 등 물리적·화학적 내구성이 필요한 소자에 널리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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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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