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력과 역동성이 밑바닥 수준까지 떨어져 기업가 정신 바탕으로 새 조직과 시장 만들어야 초심 잃지 말고 기업가정신 재무장할 때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올해 하반기 한국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울 것이다. 세계경기 침체와 더불어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글로벌 경쟁력 하락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우리사회에 기업가정신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의 평가와 창조경제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2014년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GEDI, Global Entrepreneurship & Development Index) 결과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의 수준은 120개국 중 32위로 대만이나 아랍에미리트(UAE), 콜롬비아보다도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기업가정신을 측정하는 세부지표 15개 가운데, 시장 규모와 도시화에 따른 창업의 가능성, 기존 기업들의 지배력 강화에 따른 시장 고착화 정도, 기업가에 대한 인식 및 친근감 수준, 기술력과 경제자유도 만으로 창업할 수 있는 기회, 기업의 내수 탈피 수준 항목들이 특히 취약했다.
현재 국내 경제는 기업의 활력과 역동성은 밑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들은 1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기업들이었다. 불과 10년 사이에 엄청난 성공을 달성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막대한 자본력의 대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창업 실패에 대한 재도전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1999년에 전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활발한 나라로 대한민국을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던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쇠퇴하게 됐을까. 가장 큰 원인으로 창업에 실패해도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결국 기업가정신은 실패를 통해 진화, 발전, 성공에 이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가가 현재의 공급과 미래의 수요 간 시차 때문에 생겨나는 불확실성을 부담하면서 과감히 생산을 수행하는 자세를 기업가정신으로 정의했고, 이러한 정신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기업가들이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창조의 과정을 '창조적 파괴'라고 부르면서, 창조적 파괴가 경제발전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글로벌 리더십의 춘추전국시대'다. 전통적인 다국적기업들, 중국과 인도 등과 같은 신흥시장의 기업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시기가 될 것이며, 이러한 경쟁에 있어서 성패는 각국 기업들의 기업가정신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해방 이후 지난 70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기업들을 창업한 기업가들의 '사업보국'을 향한 기업가정신을 우리 모두 잊지 말고, 우리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창업자들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기반으로 사업보국을 목표로 정직과 정도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기업들은 창업자들의 기업가정신을 기리 새길 수 있는 기업 경영의 역사적 뿌리를 찾아야 하고, 이러한 기업가정신이 계승 발전될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을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글로벌 리더십의 춘추전국시대'의 중간 시점인 2015년은 우리기업에게는 글로벌 지속성장을 향한 변곡점이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우리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재무장해 초심을 잃지 말고 글로벌 사회와 함께하는 '사업을 통해 세계를 구하는 목표'를 향해 정진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2015년은 지난 70년간 우리경제를 이끌어 온 기업가정신을 재건하는 첫 해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