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정보공개땐 수주활동 제약" 우려
금융당국이 주요 조선업체의 해양플랜트 대규모 손실 파문을 계기로 조선·건설 등 이른바 대형 수주산업의 회계 처리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강화를 위해 프로젝트별 원가 정보 공개 등의 방안을 논의하는데, 업계는 이러한 수준의 정보공개가 이뤄지면 영업기밀이 노출되고 수주 등 사업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최근 대형 수주 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주업종 감시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이 TF에서 도출한 결론을 토대로 회계 관련 표준안을 만들어 주요 업체에 권고할 예정이다.

금융위가 TF를 통해 수렴한 투명성 강화 방안은 △ 프로젝트별 공정진행률, 충당금, 미청구공사, 매출 채권 등 기본 공시 △ 공사 진행 중 일정과 계약 조건 등이 변경되면 그 즉시 수시 공시 △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투입법 적용을 통해 추정 총계약원가, 누적 계약원가 등 추가 공시 △ 경영자들이 아닌 감사위원회의 외부 감사 선임과 보수 결정권 보장 △ 회사 회계부정에 대해 명확한 징벌적 책임 부과 등이다.

성기종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주요 조선사의 미청구공사 규모가 막대하고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투자자들이 3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의 진행사항을 자세히 점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개별 기업이 최초 계약 이후 공정에 따른 변동 상황 등을 즉각 알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감사위원회의 권한 강화가 필요하며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대해 외부감사로 전환하고 투자자 혹은 잠재적 투자자들이 쉽고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업계는 투자자 보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정보 공개로 인한 영업기밀 누설과 수주 활동의 어려움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추정원가나 누적원가를 공개하면 향후 발주 예정사나 경쟁사에 정보를 고스란히 노출하는 셈인데, 이러면 이후 수주가 어려워진다"며 "특히 프로젝트별 정보 공시는 회사 생존이 달릴 만큼 예민한 문제"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측은 "다양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회사의 의무이지만 모든 정보가 공개되면 선주가 과연 이익을 그대로 인정해줄지 의문"이라며 "부문별 매출과 영업손익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업 스스로 투자자 보호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하며, 투자자를 위태롭게 만들면서 영업비밀을 보호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관련한 표준안을 만들어 업계에 이를 곧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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