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전기자동차 시대 조기 개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이미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에도 기회의 땅이 예상보다 빨리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점유율 1~2위인 삼성SDI와 LG화학의 주가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거래일 기준 4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날에는 LG화학이 전날보다 5%, 삼성SDI가 전날보다 3% 이상 주가가 올랐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달 22일과 비교하면 양쪽 모두 9% 이상 늘어난 숫자다.
이는 주요 완성차 업체가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차 비중을 낮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리서치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차의 유럽에서 디젤차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미국 역시 디젤차 점유율이 더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 디젤차 판매량 중 75%는 유럽에서 팔렸고, 유럽 신차 판매의 53%가 디젤차였다. 미국의 경우 디젤차 판매량이 5% 수준에 불과해 이번 폭스바겐 사태에 따른 시장 변화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대신 전문가들은 가솔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HEV·PHEV), 전기차(EV)의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자동차 업체들은 강화된 규제충족을 위한 비용이 늘어나면서 특히 낮은 이윤의 소형차의 경우 디젤엔진 버전을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를 가솔린차와 HEV, EV 등이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와 손잡고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파나소닉의 최근 부진 역시 국내 배터리 업체에는 호재다. 시장조사업체 B3에 의하면 파나소닉의 올해 1분기(4월부터 6월까지) 2차전지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 줄어든 824억엔을 기록했다. 파나소닉이 최근 소형 배터리 셀을 생산해 온 베이징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EV 옵세션에 의하면 소형 원통형까지 포함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파나소닉이 2726MWh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LG화학은 886MWh로 3위다.
여기에 테슬라가 모델S에 쓰던 18650셀의 크기를 키운다는 소식도 삼성SDI와 LG화학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용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21700(또는 20700)셀로 교체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21700셀이란 원통형 배터리의 지름이 21㎜이고 길이가 70㎜라는 의미다.
LG화학의 경우 오는 3분기부터 20650셀 3개 제품을 공급 중인 것으로 전해졌고, 삼성SDI도 21700 배터리를 최근 출시한 바 있다. 파나소닉이 초기 공정 전환을 목표한 만큼 이루지 못하면 삼성SDI나 LG화학의 배터리를 쓸 가능성도 있다.
한편 B3는 올해 5조6400억원 수준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오는 2018년 13조16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