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을 제치고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시대를 여는 데 크게 이바지한 '클린디젤'. 클린디젤차는 유수 독일차 기업의 선전 효과를 등에 업고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와 함께 '4대 그린카'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인프라와 가성비, 주행성능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세 가지 친환경차들은 클린디젤차의 대항마가 될 수 없었다.
클린디젤차는 1990년대 초반 디젤 모터에 바탕을 둔 친환경적 요구에 상응하는 모터개발을 계기로 발전했다. 일반 디젤의 문제였던 환경오염물질인 산화질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필터를 장착하면서 친환경차로 탄생했다. 특히 이번에 배출가스 눈속임 사태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은 전 세계에서 클린디젤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으로, 유럽 내 디젤차 인기에 힘입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자동차 회사로 거듭났다.
독일의 경우 이전까지 9.8%에 지나지 않았던 디젤 점유율이 지난해 47%까지 올라왔고, 프랑스는 70% 선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서유럽 국가 전체로 봐도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유럽 내 디젤의 인기는 끝을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다. 여기에는 유럽 내 가솔린과 차등을 둔 친디젤 세금 정책의 실시와 세계적인 친환경 바람이 큰 작용을 했다.
이러한 기조에 힘입어 자동차 회사들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디젤 엔진을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로 가늠하기에 이르렀다. 디젤차 특유의 진동과 소음을 갈수록 줄어들었고, 환경오염물질로 지탄받았던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의 배출을 법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1993년 '유로1'이라는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정하기도 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정해진 규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배기가스 재연소 기술(EGR)과 요소촉매 저감장치(SCR) 등을 개발했고, 미세먼지를 제어하기 위해 여과장치 DPF 등을 장착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불리던 디젤에게 친환경 타이틀을 새롭게 달아줬다. 하지만 10여 년간 승승장구하던 클린디젤차의 신화에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프랑스에서 디젤차 배출가스로 매년 4만명 이상이 사망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보도되면서부터다. 이듬해 세계보건기구도 디젤을 석면이나 담배 등과 같이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게 되고, 유럽인들의 디젤차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1부터 이어진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 기준으로 인해 적어도 디젤차가 발암물질을 내뿜는 차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게 되는 듯했다. 지난해부터 속속 드러난 충격적인 실태가 밝혀지기 전까진 말이다.
국제청정운송위원회(ICCT)를 필두로 독일 환경보호평가연구소(LUBW), 독일운전자클럽 아데아체(ADAC) 등이 오는 2017년부터 새롭게 도입할 예정인 RDE(Real Driving Emissions) 방식으로 잇달아 시행한 신연비 측정법을 통해 유로6를 통과하는 디젤차가 없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현재 유럽에서 사용하고 있는 NEDC(New European Driving Cycle) 방식은 실내 측정인 반면, RDE 방식은 이동식 배출가스 측정 장치를 차에 달고 실제 도로를 달리며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던 중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측정 조작이 들통 나면서 이 같은 실험 결과들의 신뢰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폭스바겐의 디젤엔진 승용차에 차량 검사 때에만 산화질소를 줄여서 내보내는 장치가 있었다고 공개하면서 대규모 리콜과 판매 중단을 명령한 것이다.
폭스바겐 사태를 빌미로 '반디젤차' 정서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나 전기차 등 대안적 친환경차의 도입 시기를 한층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클린디젤이라는 용어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폭스바겐을 제외한 다른 제조사들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기준에 맞췄다고 해도 그것과 상관없이 디젤차에 대한 수요를 줄여가려는 분위기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도 인프라와 가성비, 주행성능 등 디젤차와 비교해 약점으로 불렸던 점들에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업계는 오는 2017년을 기점으로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로의 전환이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약 30년 이상 은 장기집권할 것으로 예상했던 디젤 전성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마감될 지도 모를 일이다. 패러다임의 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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