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133만대로 성장 전망… 전용 브랜드·플랫폼 전략 활발
현대·기아차, 중국 등 내년 저가SUV 신차 출시 "위기를 기회로"

신흥국 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운 저가차 전략을 수립하기에 분주하다. 특히 중국 자동차 시장이 둔화하는 상황에도 현지 저가 SUV 시장은 호조를 보이자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신흥국 시장에서 환율 등 악재로 고전 중인 현대·기아차는 저가차 확장세를 이용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17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발간한 자동차경제 보고서 최근호에 따르면 가격이 1000달러 안팎인 신흥국 저가차 시장 규모는 올해 1591만대로, 전년보다 7.2% 증가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고연비·저가차 보급촉진정책 등 수요 확대 요인이 많아, 오는 2020년에는 2133만대(연평균 6.0% 증가)로 전체 신흥국 시장 판매량의 37.4%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신흥국 시장인 중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 승용차 판매 증가율은 5.5%로 둔화한 반면, 저가 SUV 판매량은 100.7% 증가하며 저가차 시장의 확대를 견인했다. 중국 토종 업체들이 합자업체의 절반 수준 가격대에 연비와 디자인 등 상품성을 개선한 신모델을 대거 투입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중국 토종업체의 저가차 공세에 시장점유율이 점차 하락하자, 완성차 업체들은 이에 대응할 '저가차 전용 브랜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저가차 전용 브랜드는 르노-닛산이 지난해 업계 최초로 '닷선'을 도입한 데 이어 최근 폭스바겐이 2018년경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현재 폭스와 폴로에 적용하고 있는 소형차 플랫폼을 2018년부터 저가차 전용으로 개량해 활용할 계획이다. 토요타와 혼다, GM 등은 전용 브랜드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기존 브랜드로 새로운 저가차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업체는 신흥국 저가차 판매 비중의 약 70%를 차지하는 인도와 중국에 우선 맞춤형 제품을 출시한 이후 동일 모델을 기타 신흥국으로 순차 투입하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을 추구하고 있다.

저가차 전용 브랜드나 차량 개발에 선제 대응한 업체들의 특징은 신흥국 시장 맞춤형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형 모델에서 일부 사양을 제외하면서 가격을 내렸던 기존 전략과 차별화한 부분이다. 스즈키의 경우 신흥국 시장 저가차용으로 2기통 800㏄ 디젤엔진을 새로 개발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한 현대·기아차도 새로운 저가차 브랜드나 차량을 내놓을 것인 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당장 새로운 플랫폼이나 브랜드의 수립 계획은 밝힐 수 없지만, 저가차 경쟁이 중요한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에 대한 검토는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 판매 중인 차량 가운데 가장 싼 가격의 차량은 기아차의 K2(약 1300만원)다. 이보다 더 저렴한 경차인 모닝은 아직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다. 전체 신흥국 시장 판매 모델 가운데는 인도에서 판매 중인 500만원대 EON이 있다. 올 뉴 투싼과 전략차종인 ix25 등을 통해 중국 SUV 시장에 존재감을 밝힌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저가SUV 1~2종을 새롭게 선보이고 SUV의 판매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이준호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신흥국 저가차의 성장은 국내 업체에 위협 요인인 동시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오는 2020년을 기점으로 이 시장에 대거 확대할 전망이기 때문에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추후 신흥국 시장 내 점유율 확대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흥국 저가차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로드맵 설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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