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사정 사상 최초로 대화 통한 합의 기록 세워 노동생산성 증가시키려면 일반해고 조건 완화 필요 생산성과 독창성 발휘해야 청년들 일자리 보장돼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노사정 위원회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지 1년 17일 만인 9월 13일, 한국의 노동조합은 역사상 처음으로 물리적 충돌이나 장외 투쟁, 시위 없이 대화를 통해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내는 기록을 세웠다. 물론,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향후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 입법화로 갈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이지만, 일단 큰 밑그림은 그렸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 들어 줄기차게 강조되어 온 4대개혁 중, 국민들이 교육개혁과 더불어 가장 시급하다고 공감하는 개혁이 바로 노동 개혁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정작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은 소위 스스로를 3포 세대→ 5포 세대→ 7포 세대라고 자조할 만큼 자신들의 미래를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9세 청년의 평균 실업률은 2007~2011년 7.4%, 2012-2014년 8.1%, 2015년 8월 9.6%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결혼 적령기라 할 수 있는 25~29세의 평균 실업률이 2007~2011년 6.6%, 2012-2014년 7.3%, 2015년 8월 8.6%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곧 한국경제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질 수 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을 보여준다.
20대 젊은 층에서 여자 보다 남자들의 실업률이 더 높다는 것도 문제다. 일자리기 없으니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하게 되고 그것이 저출산, 인구감소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결혼 적령기의 후반기라 할 수 있는 30~35세의 평균 실업률이 2007~2011년 3.9%, 2012-2014년 3.5%, 2015년 8월 3.4%로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늘 기업이나 정부를 상대로 자신들의 권익만을 주장해온 노동조합도 이번 대타협을 계기로 국가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요인들을 개선시키는데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만일 그들이 오로지 조합원 일자리 보전 및 재직자의 임금 인상 등, 자신들의 이익에만 매달린다면 비조합원 자녀뿐만 아니라 그들 자녀들에게도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이 노사정 대타협 이후 일자리를 지키려면,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노동을 수요하는 경제주체인 기업가와 기업은 무엇보다 노동 생산성이 높아야 제품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들이 근로자를 수요하고 투자는 것도 물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이는 기업가 이상으로 노동조합이 어느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노동을 수요하는 기업들이 노동생산성을 증가시켜 투자와 고용을 증대시키려면, 저성과자 및 근무불량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반해고 조건이 완화돼야 한다.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가 되어도 다른 근로자와 똑 같은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악용하고 동료 근로자들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려면, 저성과자 및 근무 불량자를 재교육시키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조합에서 탈퇴시켜 다른 정상적인 노조원들의 근로 의욕을 증진시켜 줘야 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면 그 성과는 근로자와 기업이 서로 나눌 수 있으니 결국은 이것이 모두의 발전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선도적인 역할을 통해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이 노동법에서 보호하는 권한을 누리고 있는 만큼 법이 보호하는 권한에 대한 책임도 확실히 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한국경제가 저출산 고령화, 높은 청년 실업, 저성장 등 일본을 닮은 장기 불황의 모습으로 가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 있지만, 한국의 미래를 위한 자원배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어느 정치 지도자도 권한을 누릴 뿐 그에 맞먹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 역시 조합원 이익에 집착할 뿐, 자신들의 일터인 기업의 미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금번 어렵게 이룩한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기업뿐 아니라 노동조합도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는데 더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노동조합원들이 생산현장에서 갈등이나 분쟁이 아니라 생산성과 독창성을 발휘하도록 거듭나야 7포 세대의 청년들을 꿈을 가지고 미래로 도전하는 세대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