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성공 개도국에서 경제규모 10위로 도약 초고속인터넷이 결정적 세번째 경제도약 기회는 해외 시장에서 찾아야 적극적 ICT 세일즈 필요
노영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계기를 꼽으라하면 단연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와 6.25 이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계기로 산업사회로 변모할 수 있었다. 경부고속도로는 12시간이 걸리던 서울~부산 이동을 5시간으로 줄이며 전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경부고속도로는 광복 70년 최고의 과학기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공업화로 변화하는 첫 번째 퀀텀점프(Quantum Jump)였다.
산업화에 성공한 개발도상국에서 경제규모 세계 10위 국가로 도약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것은 초고속인터넷 구축이었다. 첫 번째 성장을 아스팔트 도로가 견인했다면 두 번째 퀀텀점프의 기틀은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 Highway)가 마련했다. 초고속 정보통신망 고도화 계획이 수립되며 1999년 세계 최초로 초고속인터넷 ADSL 상용서비스가 이뤄졌고, 곧이어 IMT2000 사업자 허가를 통해 이동통신 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발판이 마련됐다.
초고속인터넷이라는 고속도로가 건설되자 그 길 위에 게임, 포털, 콘텐츠, SNS 등이 씽씽 달려 나갔다. 여전히 자동차, 철강, 조선산업 등도 우리 경제성장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제는 ICT 산업이 생산, 수출, 무역수지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말 현재 전체 무역수지 흑자가 77억 6천만 달러인데 ICT 분야의 흑자는 무려 61억4000만 달러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 번째 퀀텀점프의 계기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답은 해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좁은 국토, 부족한 자원, 산업화 이후 우리 경제의 생존전략의 중심에는 수출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지금도 ICT 산업은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출 효자 산업이다. 그러나 휴대폰, 반도체 수출 등 제조업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더해 이제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타 등 인터넷이라는 도로 위를 달리는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경도 관세도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세계야 말로 우리 기업과 청년들이 뛰어놀 무대이다.
기업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중남미 국가와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협력 사례가 모범답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미주개발은행(IDB)이 공동으로 주관한 한-중남미 정보통신기술장관회의서 많은 중남미 국가들이 브로드밴드 등 ICT 정착의 성공사례를 보여준 한국과의 ICT 정책 공유 및 기술교류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의 브로드밴드 정책은 현지 공무원들에게는 한마디로 모범사례(Best Practice)일 것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국민들의 빈곤과 소득 격차로 인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ICT산업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에 노력하고 있지만 정보화 중장기 계획의 추진 과정에서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시행착오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회의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은 한국과의 ICT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개정을 먼저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양국 간의 교류·협력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코스타리카는 과학기술과 인재 양성에 우선적으로 국가재원을 투자해 성공사례를 거둔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브로드밴드 구축,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대한 한국과의 협력을 위해 정부간 ICT 양해각서(MOU) 체결을 제안하면서 올해 10월 세계과학정상회의(OECD 장관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할 때, 한국의 성공사례를 직접 살펴보고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우리의 앞선 ICT 발전 경험을 배우기를 희망하는 곳은 비단 중남미 뿐만이 아닐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중남미를 비롯해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 우리의 앞선 ICT 발전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 긴밀한 정책교류를 맺을 필요가 있다. ICT 발전지수 4연속 1위, UN 전자정부평가 3연속 1위라는 ICT 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에 대한민국의 ICT 발전 DNA가 들어간다면 우리 기업과 청년들의 현지진출은 보다 수월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