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개펄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 국산 천일염이 염도가 낮고, 미네랄이 풍부해서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단맛까지 나는 세계적 명품이라고 한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천일염 신화에 따르면 그렇다. 전통 음식은 반드시 국산 천일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어설픈 전통 요리연구가와 식품과학 전문가도 넘쳐난다. 모두가 천일염 명품화를 추진하는 해양수산부와 지자체가 만들어낸 황당한 일이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천일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청정 개펄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염전은 개펄이 아니라 해수면보다 높은 육지에 있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뻘(개흙)을 뜻하는 진짜 개펄에는 대만식 염전을 만들 수가 없다. 과거 개펄이었던 곳에 만든 염전에서도 깨끗한 천일염을 생산할 수 없다. 궁여지책으로 비닐 장판을 깐 염전에서 생산하는 장판염을 청정 개펄의 명품 소금이라고 속여서는 안 된다.
PVC 장판을 '친환경' 폴리프로필렌(PP) 장판으로 바꾼다고 사정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강한 직사광선과 강도 높은 소금 채취 작업을 견뎌내는 친환경 장판은 없다. 폴리프로필렌 장판도 세월이 흐르면 분해되고 부서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조심해서 생산한 장판염이라고 해도 섭취하기에 불쾌한 검은 찌꺼기가 남게 된다. 그런 천일염을 먹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라는 천일염 전문가의 발언은 무책임한 것이다. 그동안 논문·보고서·강연·저서를 통해 강조해온 천일염의 우수성 주장은 의미 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국산 천일염에 소금(염화나트륨) 외 미네랄 성분이 많은 것도 무작정 자랑할 일이 아니다. 미네랄에 대한 품질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습기가 많은 소금창고에서 숙성시키는 정도에 따라 미네랄 함량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천일염의 미네랄을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천일염을 숙성시켜 '간수'를 빼야 한다는 주장에는 모두 동의한다. 숙성 중 공기 중 습기를 빨아들여 스스로 녹아버리는 조해성을 가진 황산마그네슘이나 염화칼슘 등이 녹아나온 것이 바로 간수다. 결국 천일염 품질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숙성은 천일염의 자랑거리인 미네랄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미네랄의 우수성과 숙성의 필요성은 서로 모순된 주장인 셈이다.
천일염 미네랄 성분의 생리적 효능이 뛰어나다는 전문가의 학술논문도 믿을 것이 아니다. 동물실험에 대한 지극히 자의적이고 추론적인 주장일 뿐이다.
쥐에게 먹인 먹이의 정체도 밝히지 않았다. 실험에서 관찰된 산화 스트레스 감소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가 없었고, 천일염과 다른 식품 속 미네랄이 생리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설명하지 못했다. 다른 과학자들이 논문을 인용한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과학적으로 어설픈 연구에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해준 정부와 지자체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해수부의 천일염 명품화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언론을 통해 천일염에 대한 엉터리 신화를 만드는 것이 명품화 사업일 수는 없다.
신화 창조를 주도했으면서 정작 자신은 천일염을 먹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무책임한 전문가를 앞세운 명품화 사업은 당장 포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든 책임도 물어야 하고, 연구윤리를 지켰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황당한 신화의 확산에 앞장섰던 언론과 어설픈 전통 요리전문가들도 반성하고 자중해야 한다.
염전의 생산·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아직도 천일염에서 '염전노예'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천일염 생산에 불리한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진정한 소금산업 육성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소금산업이 식용소금에만 집중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소금 생산에 문화적 요소를 추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