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성 놓고 상임위원간 이건
최위원장 "다단계판매는 합법"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시장의 다단계 판매 허용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현행 방문판매법(방판법) 상 다단계 판매는 합법이기 때문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단계 판매방식이 이동통신시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방통위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다단계 판매 과정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한 LG유플러스에 과징금 23억7200만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위법행위를 저지른 LG유플러스 다단계 유통점 7곳에는 각각 100만~2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방통위는 LG유플러스가 다단계 유통점을 통해 고가 요금제와 특정 단말기 가입을 유도하고, 우회 단말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차등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또 일반 대리점보다 다단계 대리점에 평균 3.17배 높은 요금수수료를 지급했고, 일부 유통점에는 지원금 상한액(추가지원금 15% 포함)을 초과해 최대 15만4000원의 불법 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LG유플러스의 다단계 판매를 통한 가입자 수는 18만2493명 늘었다. SK텔레콤, KT보다 12배 가량 많은 수치다. 이 중 번호이동 가입자가 56%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다단계를 통한 LG유플러스 가입자 가운데 6만원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자 비중도 SK텔레콤, KT보다 각각 115배, 40배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방통위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다단계를 더욱 철저히 관리해 소비자 후생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밝혔다.

다만 다단계 판매가 이통 시장에 적합하냐를 놓고는 방통위 상임위원 간 의견이 엇갈렸다. 앞서 상임위원들은 두 차례나 다단계 징계 안건 상정을 미루며, 다단계 판매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다단계 판매 방식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방판법에서 다단계를 허용하더라도, 투명성 중심의 단통법 입법 취지에는 맞지 않는다"며 "다단계 대리점은 단말 지원금 공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다단계 판매원의 지위가 이용자인지 판매원인지 명확하지 않는 등 이통 시장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다단계를 이통시장에서 허용하려면, 단통법을 방판법에 비추어 개정해야 한다"며 "골목에서 휴대전화를 팔며 투명하게 세금을 내는 영세 통신유통 판매점의 피해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고삼석 상임위원 역시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다단계 관련 민원의 증가율이 타 판매방식에 비해 높고, 이 중 세 번째가 이동통신"이라며 "통신 다단계 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만큼, 허용 여부를 놓고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원제 부위원장도 "법적, 현실적으로 다단계가 단통법과 함께 갈 수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단통법 위반 사항을 개선하고 다단계 판매가 이뤄진다면 이용자 피해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며 "정상적 다단계 판매업에 대해서는 방판법상 합법이므로, 방통위가 허용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기주 상임위원도 "적법한 다단계 비즈니스 모델은 통신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단계가 주는 부정적 측면을 없애고 건전한 판매가 이뤄지도록 이통사에 적극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제재 이후 SK텔레콤과 KT가 다단계 판매에 본격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SK텔레콤의 다단계 가입자 수는 6월 말 기준 약 3만명 수준이며, 지난해보다 1만명 가량 늘어났다. KT는 6만명 수준이나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

정윤희기자 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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