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대구경북 지역 메이커스페이스와 커뮤니티가 참여하는 '대구경북 메이커 네트워크' 발대식이 열렸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무한상상실, 콘텐츠코리아랩, 크리에이티브랩, 셀프제작소 등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는 10여 개의 기관들이 참여했다. 창조경제시대를 맞아 이른바 '메이커'가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혹시 "메이커를 아세요?"라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 아직은 대부분이 "글쎄요, 어떤 메이커요?"라거나 "아! 저도 유명 메이커 엄청 좋아해요, 역시 비싼 메이커 제품이 좋지요"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메이커라는 용어는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지만 우리말사전에는 여전히 시대적 변화나 트렌드를 방영하고 있지는 못하다. 메이커를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상품을 만든 사람 또는 회사'로 정의되어 있고, 친절하게 '제작자'나 '제조업체'로 순화해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사전에 정의된 메이커의 두 번째 의미는 유명한 제작자나 제조업체의 제품, 즉 메이커품이다. 일반인들이 말하는 메이커는 두 번째 의미일 텐데, 요컨대 샤넬이나 루이 뷔통 같은 명품 브랜드나 뱅앤올룹슨처럼 그 분야 최고의 장인기업이나 제품을 말한다. 이번에 발대식을 가진 메이커 네트워크는 그런 브랜드 메이커들의 모임이 아니다. 창조경제와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당당한 주역이자 만드는 것을 즐기는 DIY족이면서 동시에 혁신가, 기업가이기도 한 메이커(Maker)들의 네트워크였다.
역사적으로 메이커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다. 원래 인간은 누구나 만드는 행위에 대한 본능적 욕구를 갖고 있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의 속성을 갖고 있다. 메이커는 만드는 사람들이다. 요리를 만드는 주부,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 찰흙이나 모래로 멋진 조형물을 만드는 아이들,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프로그래머 등 모두가 메이커들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우리가 주목하는 메이커는 이전 세대의 메이커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그들은 첨단 기술에 익숙하고 디지털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작업을 하는데도 익숙하다. IT계의 거장인 크리스 앤더슨은 <메이커스(makers)> 라는 책에서 '제조업의 디지털화와 민주화'로 인해 누구나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는 <롱테일 경제학> 에서는 대량생산사회에서 다품종소량생산사회로의 변화를 이야기했으며, 프리(Free)와 이코노믹스(Economics)의 조합으로 '프리코노믹스(공짜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2012년 <더 이코노미스트> 지도 디지털화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와 고용 정책 변화까지 수반하는 '제3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것이라 논평한 바 있다. 18세기말 영국의 제1차 산업혁명은 직물산업의 기계화에서 시작돼 가내 수공업을 공장제 기계공업으로 바꿔놓았다. 20세기 초 제2차 산업혁명은 헨리 포드의 자동차 제조공정 혁신에서 시작돼 대량생산체제를 정착시켰다. 오늘날 대량생산체제는 3차 산업혁명의 도전에 새롭게 직면해 있다. 3차 산업혁명은 3차원에서 출발해 웹 기반의 네트워크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제품은 컴퓨터로 디자인되고 3차원으로 바로 출력된다. 옛날에는 독창적 아이디어나 디자인이 있어도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출금형공장으로 보내야 했기에 시간도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설사 시제품을 만들어도 제품화하려면 제조업자를 찾아다니며 협상하고 결국 제조는 업체에 넘겨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팹랩, 무한상상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디지털 장비를 갖춘 가까운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바로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아이디어만 좋으면 인터넷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를 받아 스스로 제조업자가 될 수도 있다. 발명가가 곧 기업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우리는 이런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국어사전의 메이커 정의도 이제는 트렌드를 좀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메이커스페이스인 테크숍의 공동설립자 마크 해치는 '메이커는 발명가, 공예가, 기술자 등 기존의 제작자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손쉬워진 기술을 응용해 폭넓게 만들기를 하는 대중'이라 정의했다. 메이커에 주목하자. 그들은 제품 제작과 판매의 디지털화를 이끌 것이고 새로운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진흥단장 더> 롱테일> 메이커스(ma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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