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가입자 지키기 전략 여파… 직영점은 600곳 늘어
판매장려금 차별 지급 등 일반판매점 생존 위기 커질 듯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영세 판매점이 3500개 가량 줄어드는 등 휴대전화 유통 구조가 직영점 위주로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2일 서울 한 전자상가에 폐업한 휴대전화 매장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유동일기자 eddieyou@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영세 판매점이 3500개 가량 줄어드는 등 휴대전화 유통 구조가 직영점 위주로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2일 서울 한 전자상가에 폐업한 휴대전화 매장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유동일기자 eddieyou@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영세 이동통신 유통 판매점은 3500개 가량 줄어들고, 이통사 직영점은 600개 가량 늘어나는 등 휴대전화 유통 구조가 이통사 직영점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는 이른바 '집토끼 지키기' 전략에는 직영점 구조가 훨씬 유리하고, 사물인터넷(IoT) 상품 등 앞으로 자사 제품 유통채널로 직영점을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일반 판매점과 직영점 간 차별해 지급하는 등 '골목상권' 논란 역시 커지고 있다.

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서울 성북구갑)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통 3사 직영점은 단통법 직후인 지난 2014년 12월 8424개에서 올해 6월까지 9014개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세 판매점은 3만2289개에서 2만8752개로 3537개가 줄었다.

일반 판매점은 단통법에 '직격탄'을 맞았다. 일반 판매점은 단통법 시행 이전엔 매장마다 차등 보조금을 지급하며, 경쟁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최전선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단통법 이후 가입자 유형과 매장에 따른 보조금 차별이 금지되며, 휴대전화 유통시장 규모가 줄어들자 일반 판매점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것이다. 지난달 국내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는 57만3000건으로, 지난해 월평균 72만1000건에 비해 27% 줄었다.


이통사들은 일반 판매점 빈자리를 직영점과 자회사 위주의 대형 유통점으로 채웠다. 전국 매장에서 휴대전화 가격이 똑같고, 기기변경 가입자가 번호이동 가입자의 두 배로 많아지자, 3사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판매점에 비해 직영점이 가입자 유치에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집토끼 지키기'가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각종 방송통신 결합 상품을 안내하고 판매하는 데에도 직영점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과거 직영점 운영은 이통사에 과도한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전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고, 기기변경을 유지할 충성고객 확보가 필수인 상황에서 직영점이 판매원 교육과 마케팅 기동력에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미래 전략을 고민하며, 앞으로 직영점을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판매하는 채널로 삼을 계획이다. 이미 LG유플러스는 가정용 IoT 제품을 직영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역시 직영 유통 채널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영점을 사후 서비스(AS) 공간 또는 카페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 일반 판매점의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통사들은 오프라인 직영점 외에 온라인 채널, 대형마트, 직접 판매, 심지어 다단계 유통채널까지 동원하고 있어, 일반 유통점의 설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유 의원은 영세 판매점 폐업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를 지적했다. 이 문제는 국감에서도 주요 이슈가 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자율적으로 직영점 출점을 자제하고, 기기변경 리베이트 차등 등을 철폐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경쟁이 사라진 기기변경 위주의 이통 시장이 바람직한 모습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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