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추진 중인 삼성중공업, 최장 7년 '위탁경영'
취약산업 지원 명분 부실기업 민간에 떠넘기기 지적


삼성중공업이 최장 7년간 성동조선해양의 영업, 구매, 생산, 기술 지원을 맡는다. 위탁 경영 수용 여부를 두고 수출입은행과 줄다리기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데, 삼성중공업도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정상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무거운 '짐'을 떠안았다. 정부가 취약산업 지원을 명분으로 이미 부실화한 기업의 존속을 위해 다른 민간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1일 서울 수출입은행에서 개최한 간담회를 통해 지난달 31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성동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한 경영협력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향후 4년간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 인사, 재무 등 경영관리를 맡고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 신규 선박 수주를 주선하고 외주계약을 통해 일감을 제공한다. 양측이 합의할 경우 협약을 3년간 연장한다.

이날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 모두 "위탁경영이 아닌 경영협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규모 손실을 입어 구조조정을 앞둔 삼성중공업이 짐을 떠맡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5월 성동조선에 3000억원 추가 지원을 결정한 후 삼성중공업을 통한 위탁경영을 추진해 왔으나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적지 않았다.

이덕훈 행장은 "삼성중공업에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위험이 전가될 부분은 우리가 부담할 것"이라고 전제한 후 "국가 차원 취약산업 지원에 대기업도 동참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도모하는 한편 성동조선해양을 지원하는 과제까지 떠안았다. 두 회사가 하도급 형태로 진행하는 일감 수주 및 사업 공정 등은 삼성중공업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구조다. 갈길 바쁜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삼호중공업과 대한조선을 위탁경영 했는데, 대한조선의 경우 경영회복에 성공하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이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경우 정부 차원의 취약산업 지원 및 구조조정 작업에 민간기업이 '희생'하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부실화한 기업을 고용 유지를 의식해 우선 존속시키는 데 급급해선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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