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 개발 부작용 없고 치료효과도 6개월 지속 장점 '생명윤리법' 신약치료 가로막아 개정 필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안에 자리잡은 바이로메드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질병 치료의 신기원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유전자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 김민수기자 ultrartist@
■ 바이오헬스 산업혁신 현장을 가다 (2) 유전자치료제 R&D 이끄는 바이로메드
세계 약 4억명, 국내서만 약 400만명이 앓는 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고 늘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을 안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그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합병증이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다. 말초신경이 손상돼 살짝 스치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심하면 족부절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여주는 진통제가 있을 뿐, 적절한 치료제가 없다.
국내 바이오벤처 바이로메드가 지난 4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3상 허가를 받은 유전자 치료제 'VM202'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혁신 신약에 도전하고 있다. 연구결과 VM202는 통증을 줄여줄 뿐 아니라 손상된 신경기능을 다시 살려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현기증이나 졸음, 구역질 등 부작용이 심했던 기존 치료제와 달리 별다른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치료제가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현재 약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시장이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 내에 위치한 바이로메드 본사에서 만난 정재균 연구소장은 "기존 치료제는 먹고 나면 효과가 하루를 채 못 가지만 VM202는 2주 간격으로 2번 주사를 맞으면 3∼6개월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며 "기존 의약품과는 작용 기전이 전혀 다른 새로운 치료제로, 증상만 완화하는 게 아니라 신경세포 자체를 재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로메드가 20년 가까이 연구에 매달려온 이 치료제는 직접 몸 속에 새로운 혈관을 만들거나 신경세포를 재생해 준다. 회사는 이를 활용해 당뇨병성 신경병증 외에도 허혈성 지체질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 관상동맥 질환 등 다양한 질환 치료제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환자의 세포 안에 정상 유전자를 전달하거나, 새로운 유전자를 전달해 신체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단백질 치료제는 단백질이, 항체 치료제는 항체가 약이 되는 것처럼 유전자 자체가 약이 되는 것. VM202는 간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 'HGF(간세포 성장인자)'가 이용된다. 이 유전자를 치료가 필요한 곳으로 '운반체(벡터)'에 실어 보내면, 유전자에서 나온 단백질이 신경을 재생하거나 혈관을 생성하는 등 정해진 일을 한다.
1990년 미국에서 최초로 유전자 치료가 이뤄진 후 2012년 유럽에서 희귀유전질환 '지단백리파제결핍증' 치료제 '글리베라'가 처음 허가를 받으며 유전자 치료제는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유전질환 치료제 개발이 활발했으나, 현재는 암 치료제가 전체 임상시험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대상 질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오메드를 비롯, 코오롱생명과학, 신라젠, 제넥신 등 바이오 벤처들이 개발에 나서 미국과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매년 60% 이상 성장해 2017년 약 7억9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아직 세계적으로 강자가 없고 다른 신약 분야와 달리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적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충분히 해볼 만한 시장으로 꼽힌다. VM202도 해당 분야에서 유일하게 FDA 임상 3상에 진입한 상황이다.
정 소장은 "이 분야는 시작 당시부터 선진국 대비 기술격차가 10년 이하였고 지금은 90∼10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며 "기존 합성의약품이나 단백질 치료제, 항체 치료제 등으로 불가능하거나 한계가 있는 질환에 적용되는 만큼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여건에서는 VM202가 임상시험을 마쳐도 환자들이 혜택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전자 치료의 범위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의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2012년 개정된 이 법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는 환자 상태가 매우 시급하거나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를 모두 충족해야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유전자 치료제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인간 유전자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보는 시각이 있고, 과거에 없던 새로운 치료법인 만큼 부작용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신약 개발에서 효능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라며 "식약처에서 우려되는 모든 부분을 꼼꼼하게 검토해 허가하기 때문에 안전성은 믿어도 좋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일부에서 유전자 치료의 개념을 종자 유전자 조작과 연결해 오해하는 것도 법 개정이 늦어지는 원인으로 꼽았다. 유전자 치료에서는 DNA를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에 넣는 만큼 대를 물려주는 '유전' 개념이 아닌 우리 신체의 '소프트웨어'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소장은 "전문가들이 개발 초기부터 대중들에게 잘 알렸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미흡했다"고 아쉬워하며 "법 제정 당시에는 안전에 대해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지만 지금은 경험이 많이 쌓인 만큼 그 정도로 법이 엄격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등에는 유사한 법이 없는 만큼 국내에서도 세계적 추세에 맞게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변화가 필요하다"며 "목표대로 다국적 제약사로의 기술 이전 사례를 만들면 우려나 걱정을 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성공사례를 만들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