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8년, 세계경제는 아직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경제의 장기침체를 우려한다. 1930년대 대공황 때에는 경기회복이 10년이나 지지부진하다가 1939년 2차 세계 대전이 터지면서 마침내 회복됐다.
주요 선진국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긴축을 실시했다. 그러나 긴축은 총수요를 위축시키고 경제를 더욱 침체시켰다. 한 나라의 긴축은 그 나라의 재정건전성은 개선할 수 있고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요국이 모두 경쟁적으로 긴축할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를 초래해서 어느 나라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즉 '글로벌 긴축의 역설'이 존재한다. 그러자 주요국들은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양적완화(QE), 즉 돈을 찍어내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양적완화는 실제로 고(高)환율정책으로 자국통화 가치를 절하시켜서 수출을 늘리고 수입은 줄여서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이다. 즉, 다른 나라의 수요를 자국으로 탈취하는 인근궁핍화(隣近窮乏化)정책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글로벌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추진하더라도 그들이 모두 약세 통화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국가가 양적완화로 수출이 늘어나고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서로 남의 것을 훔친다해서 모두가 잘 살 수는 없다. 결국 환율전쟁은 제로-섬 경쟁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중국이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한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환율안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위해 중국마저 다른 나라들처럼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경제는 증시 폭락, 수출 및 내수 부진 등 경기침체에 빠져 세계경제를 견인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중국의 평가절하가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 및 글로벌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은 경제적으로 클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적지 않다. 중국이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이라는 개념은 시들어 간다. 이제 자국통화의 고평가를 유지하고 글로벌 경제의 '견인차(Locomotive)' 역할을 떠맡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문제는 미국이 홀로 글로벌 경기를 회복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회복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주요국들이 상호 협조 보다 자국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정책(Non-cooperative games)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일본, EU, 중국 등 주요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경쟁을 지양하고 상호 협력을 통해 확대 균형을 이룩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이 될 뿐 아니라 세계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