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경 생체간이식 선두주자 권 준 혁 삼성서울병원 교수
복강경 장비에 3D기능 더한 '엔도아이 플렉스 3D' 이용
몸속 입체적으로 보며 수술… 안전하고 부작용 최소화
숙련기간 획기적 단축 등 다양한 장점 조기도입 필요

권준혁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가 3D 복강경 수술장비로 촬영한 환자 몸 속 영상을 입체 안경을 쓰고 살펴보고 있다.  사진= 김민수기자 ultrartist@dt.co.kr
권준혁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가 3D 복강경 수술장비로 촬영한 환자 몸 속 영상을 입체 안경을 쓰고 살펴보고 있다. 사진= 김민수기자 ultrartist@dt.co.kr

지난 2009년 영화 '아바타'의 기록적인 흥행 이후 특수 안경을 쓰면 화면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3D TV'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볼만한 콘텐츠가 별로 없었던 3D TV의 인기는 금방 시들해졌고, 입체 안경은 TV 옆에서 먼지만 쌓여갔다. 이렇게 거실에선 외면당한 3D 기술이 의외에 장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살려내는 병원 수술실에서다.

지난 21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권준혁 이식외과 교수는 수술실에서 3D 입체영상으로 촬영한 실제 환자의 몸속을 보여주며 "앞으로 대부분의 수술방에는 3D 장비가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3D 기술은 환자의 안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수술실에 놓인 올림푸스의 '엔도아이 플렉스 3D' 장비는 환자의 복부를 절개하는 대신 작은 구멍을 내고 비디오카메라와 얇은 수술도구를 집어넣어 수술하는 '복강경' 장비에 3D 기능을 더한 의료기기다. 몸속에 들어가는 카메라는 2개의 초소형 렌즈로 영상을 찍어 화면에 띄우고, 의료진은 3D 안경을 쓰고 몸속을 입체적으로 보면서 수술을 한다.

기존 2D 복강경은 입체적인 몸속을 평면적인 화면을 통해 보면서 수술해야 해 익숙해지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권 교수는 "마치 한쪽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며 "비교적 간단한 수술의 경우에도 5∼10 케이스, 복잡한 수술의 경우 수십 케이스를 해봐야 비로소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3D 복강경은 의료진이 훨씬 빠르게 숙련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권 교수는 "기존 2D 복강경이 눈으로 보고 머리로 한 번 더 생각하고 움직여야 했다면, 3D 복강경은 눈에 보이는 대로 직관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학습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며 "어떤 외과의도 한때는 미숙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을 줄일 수 있다면 당연히 3D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2D 복강경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의사에게도 3D 기술은 여러 장점이 있다. 권 교수가 이 장비를 서둘러 도입한 것은 고난도 수술을 보다 안전하게 해내기 위해서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술 기록을 보유한 '간 기증자 복강경 수술'이 대표적이다.

간은 몸속에 30% 이상만 남아 있으면 석 달 내에 원래 크기로 재생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건강한 사람 간의 일부를 절제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바로 생체 간이식이다. 한마디로 한 개의 간을 두 사람이 나눠 갖는 수술이다.

하지만 생체 간이식 수술은 매우 복잡한 과정으로 이뤄진다. 특히 기증자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 이식과는 달리 기증자에게 남은 간의 상태와 공여자에게 가는 간의 상태 양쪽 모두를 완벽하게 보존해야 해 난이도가 매우 높다. 때문에 이 수술을 복강경으로 시도하는 의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권 교수는 환자에게 분명한 혜택이 있다고 보고 복강경 수술을 계속 시도해왔다.

권 교수가 지난해 복강경 수술을 받은 간 기증자 21명을 분석한 결과, 복강경 수술 환자의 퇴원일은 개복술을 받은 환자보다 3∼4일 빨랐고, 환자에게 필요한 진통제 투여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만큼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의미다. 특히 생체 간이식은 가족이 기증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을 위해 가족에게 큰 흉터가 남는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줄어든 것도 환자들에게는 큰 혜택이다.

권 교수는 이런 고난도 복강경 수술이 자리 잡는 데 3D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3D 화면을 통해 기존 평면 영상에서 느낄 수 없었던 깊이 감각을 얻을 수 있어, 수술과정에서 혈관 손상 등을 줄일 수 있고, 훨씬 안전하고 빠르게 수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간을 절제하고 담도를 봉합할 때 기존 2D 화면으로는 갈고리 모양으로 휘어진 수술 바늘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3D 화면에서는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집도의뿐만 아니라 복강경 경험이 적은 스텝들도 3D 화면을 통해 감각적으로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시간 단축과 정확도 향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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