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국내 대표 기업들이 올 들어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이 최근 발표한 투자계획만 합산해도 70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 정부, 기업, 학계가 합심해 재도약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또 대한민국 경제의 주력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마저 중국과 경쟁에서 밀릴 경우 제조업의 설 자리가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은 최근 잇따라 수십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지난 5월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에 착수했다.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5만 평)로 축구장 약 400개 크기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은 오는 2017년까지 1단계로 총 15조6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라인이 총 4개 완공된다는 가정 아래 기타 부대시설 등을 합치면 전체 투자금액이 중장기적으로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SK하이닉스도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M14 준공식을 갖고 총 15조원의 투자를 집행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이와 별도로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 신규 공장 2개를 구축하는 등 오는 2024년까지 31조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분야 세계 최강인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018년까지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프리미엄 LCD 분야를 포함해 총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최근 본격 가동을 시작한 플렉서블 OLED 전용 라인인 A3 공장의 생산능력을 지속해 확대할 방침이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의 배경에는 중국의 위협이 자리 잡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제조업의 생산기지에 불과했던 중국 업체들은 LC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대등한 경쟁자 수준으로 올라섰고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는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평가마저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의 도약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중국 정부는 은행 융자와 첨단산업 자금 지원 등의 명목으로 자국 업체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2014∼2016년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계획'에 이어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강요'를 발표하고 2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집중 육성키로 하면서 핵심소재와 부품 등 후방산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어 자칫 대응이 늦어질 경우 국내 제조업 전반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