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동지도 사라졌다
우리은행, NH투자증권와 계좌 연결 제휴 중단
다음카카오, 하나은행·국민은행과 각각 손잡아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과 핀테크 확산, 인수합병(M&A) 등으로 금융권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새로운 합종연횡이 줄을 잇고 있다. 격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제휴를 모색에 나서면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등 적과 동지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환경이 변화하면서 금융회사 간 협력관계도 급변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구 우리투자증권)은 9월 4일부터 금융연결 제휴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고객들에게 공지했다. 이 제휴 서비스는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이 계좌를 1대1로 연결해 증권카드나 은행카드 중 하나만 가지고도 NH투자증권, 우리은행의 영업점 창구, 금융자동화기기(ATM),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입금, 출금, 이체가 가능하도록 했던 서비스다. 두 회사는 구 우리투자증권 시절 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우투증권이 우리은행과 경쟁 관계인 NH농협금융으로 넘어가면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 것이다.

대신 우리은행은 삼성증권과 4월 복합점포를 함께 개설했으며 삼성누버거버먼 차이나 펀드, 우리은행 주가연계신탁(ELT), 삼성증권 주가연계증권(ELS) 등도 공동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5월 키움증권과도 해외주식계좌 개설 이벤트를 진행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NH농협은행 등 NH농협금융지주 소속 계열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핀테크 부문에서도 적과 동지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올해 2월 하나은행과 핀테크 활성화 등을 위한 업무제휴를 했다. 그런데 최근 다음카카오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나은행이 아닌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과 손을 잡았다. KB국민은행은 다음카카오와 손을 잡았는데 같은 KB금융 소속인 KB국민카드는 다음카카오와 경쟁 관계라고 할 수 있는 NHN엔터테인먼트와 올해 2월 핀테크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또 신한은행은 올해 3월 SK플래닛과 핀테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5월 SK플래닛은 NH농협은행과 협력해 SK플래닛의 '페이핀(Paypin)' 서비스와 NH농협의 계좌결제 인프라를 연계했다.

IBK기업은행도 핀테크 분야 협력을 위해 6월 HSBC와 손을 잡았다. HSBC는 2013년 한국에서 소매금융을 철수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업금융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어 일부 사업에서는 IBK기업은행과 경쟁 관계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두 회사는 핀테크 협력을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또 KT는 교보생명, 우리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교보생명은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자로 거론됐던 미묘한 관계다. 인터파크도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를 위해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데 금융권에서 어떤 회사가 손을 잡을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회사들은 보수적인 업권의 특성상 다른 업종 기업과 협력을 맺으면 최소 수 년 간은 지속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최근처럼 몇 개월 사이에 적과 동지가 바꾸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도태될 것인지 금융회사들이 고민하고 있다"며 "더 이상 적과 동지를 구분할 이유가 줄어들었으며 금융회사들이 경쟁을 위해서는 누구와도 순을 잡을 수 있고 누구와도 돌아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진규기자 kj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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