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평가절하·미 금리인상 움직임…시장 위축·수출 감소
영업익 보다 금융이자 큰 비금융 상장회사 '좀비기업' 25%
유동성 문제 길어지면 IMF 금융위기 다시올까 우려 목소리


중국의 연이은 위안화 절하와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 등 세계 초강대국 간 '고래 싸움'에 '새우'인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했다. 이미 국내 주요 기업의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악재까지 겹치면서 IMF 금융위기 못지않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및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올해 상반기 해외매출(수출 포함) 규모는 대부분 지난해보다 줄었다. 국내 전자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 56조7136억원의 해외매출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줄었다. LG전자 역시 삼성전자만큼 낙폭이 크진 않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자동차와 조선 등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는 수출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이상 줄었고,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34.6%나 급락했다. LG화학의 경우 환율에 국제유가 등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 규모가 13.8% 감소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고 환율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기업들의 수출 부진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중국 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소기업계에 악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최근의 위기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하반기 상황은 더 나쁘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집계한 수출 실적(통관 기준)은 84억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줄었다. 재계에서는 위안화 절하에 따른 외국자본의 국내 이탈, 국제유가의 끝없는 내림세,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 등이 이 같은 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점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 따른 외국자본 유출 움직임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투자은행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를 인용해 보도한 바로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13개월 동안 19개 주요 신흥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 규모는 9402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의 경기 둔화 극복을 위한 수출 확대 정책의 여파가 주변국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유가의 끝없는 하락도 기업의 유동성 확보에 잠재적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컴벌랜드 자문사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코토크는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15~2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유가가 이미 배럴당 40달러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추가 하락이 이어지면 중동 오일머니의 해외투자 위축으로 연결된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유동성 문제가 길어지면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과거 1998년 IMF 금융위기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수준의 기업 줄도산 가능성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628개 비금융 상장회사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를 갚지 못해 차입금이 늘어나고 있는 '좀비기업'에 해당하는 회사가 총 159개사로 전체의 25.3%에 이르렀다. 이 좀비 기업들은 금리가 올라가면 바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대출 금리가 같이 올라가면 비금융 상장사 4개 기업 중 1개 이상은 바로 문을 닫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에 좀비기업 수보다 차입금 비중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차입금 규모가 큰 기업들이 현재 정상기업과 좀비기업의 경계에 서 있다는 뜻"이라며 "한계 상황에 놓인 기업들은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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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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