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산업은 연 8% 고성장
의료영리법인 도입 통한 시장경쟁 체제는 아직 멀어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주목
규제완화 아닌 철폐로 산업 드라이브 걸어야

김철중 수앤파트너스 대표
김철중 수앤파트너스 대표


우리나라는 지난 60년간 국내총생산(GDP) 477억원인 세계최빈국에서 세계 13위로 3만배 이상의 성장을 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의 육성으로 대학내 이공계 출신의 우수인력들이 조선, 화학, 철강 등의 전통제조업을 육성시키는데 일조했다. 이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이 국가 성장을 이끌면서 시가총액 몇십조원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은 알바천국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년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으며, 고령인구 비율은 2014년 12.7%에서 2030년 24.3%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또한 호리병형 산업구조에서 파생된 허리기업 부재와, 세월호와 메르스 여파로 이어진 장기침체, 중국기업 등을 포함한 신흥국들의 위협으로 가전, 휴대전화, 자동차 등의 전통제조업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전 글로벌 PE 홍콩법인 파트너가 화장품, 의료기기, 제약 등의 한국기업들을 인수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지난 몇 년 한류 미디어콘텐츠가 아시아를 휩쓸면서 연예인들의 패션이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광고성 상품, 먹거리 문화 등이 전파되면서 의류, 화장품 업체들이 관심받고 있으며, 많은 패션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성공했고, 중국기업들이 국내의 화장품 회사 인수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60~70년대 중화학공업의 육성시기에 공대출신들이 각광을 받았다면, 최근에 대학입시에서 가장 선호하는 학과 중 하나는 의과대학이다. 그러나 의료산업 육성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일부 성형외과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성황이기는 하지만, 의료산업의 규제개혁 등은 뚜렷한 진전사항이 없다. 국내 의료영리법인 도입이 2002년 김대중 정권때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논의만 되고 있다. 현재 의료법상 병원에는 민간자본이 투입될 수 없어 의료기관 경쟁이 제한적이고, 대규모 개발 자금 등이 외부로부터 유입될 수 없어 의료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당시 동북아 허브구상에서 의료산업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대두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은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만 외국의료기관에 한해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및 운영이 허용되고 있다.

세계 보건산업 시장 규모는 1만조원을 넘어 세계 GDP 대비 14%를 넘어서고 있으며, 국내 시장규모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8% 성장률을 기록하여 3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보건산업 수출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6.2%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비약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의료영리법인 도입을 통한 시장경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의료산업을 일찍 개방한 싱가포르는 2000년대부터 민관합동기관을 설립하여 첨단의료시설을 도입하고, 민간병원과 정부 소유 공공병원간의 경쟁을 유도하여 발전시켜 왔으며, 첨단의료 및 바이오 관련 투자도 강화해 2009년 싱가포르 제조업 생산의 10%를 차지하는 핵심산업으로 등극시켰다. 영리법인의 병원설립도 가능하고 민간병원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자본투자를 통한 병원 확장 및 운영이 가능한 영리법인 시스템 등의 환경도 조성되어 있다. 태국의 경우도 2004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의료산업과 관광산업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의료인프라 확장 및 서비스 개선으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허용하고, 영리를 추구하고 자유롭게 투자받아 많은 민간병원들이 태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반면,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에서는 건강보험 환자를 100% 무료로 진료해줌으로써 암 수술 등의 고가의 치료도 가능하다.

일본은 2002년 고이즈미 정권시절부터 의료산업을 국가전략 중 하나로 인식하고 도쿄, 간사이 등의 6개의 국가전략특구를 선정해 글로벌 기업 유치, 재생의료 및 첨단의료 기술의 R&D 및 사업화 지원을 위한 거점 형성 등 의료 규제개혁을 경제성장의 일환으로 삼고 장기적이고 국가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의료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또한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전략특구에서 시도되는 혼합진료 허용 , 국제의료 인력 양성 등을 위한 유기고용 특례, 국제 의료 거점에서 외국 의사의 진료 허용 등의 각종 규제개혁 등을 단계별로 실시하고 있다.

물론 의료개혁에는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고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와 같은 실패 등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산업은 국가의 미래 먹거리로 성장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우리는 충분한 인재풀과 외국에서 인정하는 명성도 이미 가지고 있다. 1차 산업인 농림어업의 비중이 2.3%로 감소하고 제조업 비중은 30.3%, 80년대 이후 비중이 크게 증가한 서비스업은 지난해 59.4%를 차지하는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세계 6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반면, GDP 대비 사업체수가 OECD 32개국 중 1위로 자영업 왕국이라 불리우고 있다. 이제는 내용이 없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질적성장을 이루어야 할 때가 도래했다. 규제완화가 아닌 철폐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의료산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김철중 수앤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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