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황태자'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경영권과 선친 유산을 두고 다퉈온 40여년의 경쟁과 대립이 '완전 종결'했다. 선친의 별세 후 이재현 회장이 건강을 회복해 범삼성가 유산의 일부인 CJ그룹을 성장시켜 재기에 성공할지도 관심사다.
CJ그룹 관계자는 16일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별세한 고 이맹희 명예회장의 빈소를 빠르면 18일 서울대학교 병원에 마련할 것"이라며 "운구를 한국으로 옮겨오기 위한 절차를 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어, 장례 시기 및 발인 날짜를 확정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명예회장은 2012년 일본에서 폐암 수술을 받았으나 암이 전이돼 그간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이 명예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이건희 회장의 형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이다. 1931년생으로 동경농업대학과 동 대학원을 거쳐 미시건 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8년 삼성물산 부사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중앙일보 부사장을 거쳐 1968년에 삼성전자 부사장, 제일제당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았다. 삼성가 '적장자'인 이 명예회장의 경영 승계가 점쳐졌으나 창업주의 3남 이건희 회장이 두각을 나타내며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 차남 이창희 한국비료 이사와 함께 이 회장 승계를 저지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후 그룹 경영에서 배제됐다. 재벌가 '형제의 난'의 원조인 셈이다. 이 명예회장은 제일제당을 물려받았고 제일제당은 삼성그룹에서 분리, CJ그룹으로 재출범했다.
이 명예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대립을 이어왔다. 폐암 투병 중이던 2012년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해 온 창업주의 상속재산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원심과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이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했고 아들 이재현 회장마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구속 기소당한 후 투병 생활에 돌입했다. 적통으로 태어났으나 승계에 실패한 이 명예회장에게 불운이 끊이지 않은 것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확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세대 승계'가 사실상 확정한 상황에서 이 명예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삼성가 유산을 두고 다툰 '형제의 난'은 완전히 종식됐다. 상주인 이재현 회장은 건강 문제로 빈소에 상주하며 조문을 받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재현 회장이 횡령·배임·탈세 등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거친 후 재기에 성공할지, 경영일선을 통한 삼성가 3세대들의 경쟁이 어떻게 펼쳐질지 눈길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