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위안화 쇼크까지 중 연내 추가절하 가능성 '중국산 폭스바겐' 유입땐 수출부진 내수타격 뻔해 철강 조선 IT 등도 타격
위안화 절하 산업계 비상
중국 정부가 연이어 위안화 가치를 절하, 일본에 이어 '환율 전쟁'에 뛰어들어 우리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아베 정부의 '엔저 드라이브'로 자동차, 기계, 전기 전자 등 일본과 해외에서 경쟁하는 업종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위안화 쇼크가 더해지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제조업과 수출 전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이 3차례 위안화 가치를 절하한 상황에서 연내에 추가로 절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6일 산업계는 중국 정부가 연이어 단행한 위안화 절하 영향 파악과 대책 마련에 분주한 양상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1.86%, 12일 1.62%, 13일 1.11%로 3일 연속 위안화 절하를 단행했다.
엔저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자동차 업계는 단기적으로 위안화 절하에 따른 원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나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설비를 일제히 확충하고 있는데, 중국 소비 시장 성장이 둔화함에 따라 이 같은 설비를 우리 시장 진입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과 수입차간 가격차가 없어진 상황에서 저가 '중국산 폭스바겐' 등이 국내에 유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 BMW, 벤츠, 폭스바겐 등 글로벌 명차가 상대적으로 값싼 중국 노동력을 통해 만들어지고 위안화 절하로 가격경쟁력을 더해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미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 시장도 수입차에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 화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업계와 경쟁으로 고전해온 철강·조선 업종은 위안화 절하로 더욱 타격을 입을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이 국내 제품에 비해 값싼 가격으로 시장을 잠식해 왔는데 위안화 절하로 인해 한층 더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조선업계의 경우 벌크선 등 중저가 선박 제조 비중이 높은 중견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중국 조선업계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권으로 도약, 국내 업체들을 추격해 왔다. 국내 중견 조선사 상당수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고, 메이저 조선사들은 중국 업계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고부가가치 선박, 해양플랜트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다가 대규모 손실을 본 상황이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IT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간 스마트폰이나 TV, 생활가전 등에서 중저가 제품군을 확대하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 비중을 확대해 왔는데, 위안화 쇼크로 가격경쟁력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제품 분야에서 프리미엄 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중국 현지 업체들과 경합도가 높은 중저가 라인업의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 상황이다.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BOE 등 현지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이 일정 수준 위안화 쇼크의 후폭풍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저가 제품에 한정되는 사안이므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추가로 위안화를 절하해 국내 업계가 가격경쟁을 견딜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어서면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완성품 TV, 스마트폰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계속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위안화 절하로 가격 경쟁력을 더할 경우 국내 IT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이 크게 잠식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미 5%가량 위안화가 절하됐는데, 연말까지 5%가량 추가 절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며 " 향후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