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새 약 90조 증가 884조4000억원 '사상최대'
저금리로 만기 1년이하 금융상품 쏠림현상 지속


단기 부동자금이 6개월 새 90조원이 증가해 900조원에 육박했다. 만기가 1년 이하인 금융상품에 돈이 몰린다는 것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또 저금리 등으로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렸지만,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장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884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말 794조7000억원에서 6개월간 89조7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단기 부동자금에는 현금 69조원,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 164조6000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414조3000억원, 만기가 6개월 미만인 정기예금 71조70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18조7000억원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머니마켓펀드(MMF) 74조8000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1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8조3000억원,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22조원도 포함된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 말 539조3000억원에서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말 646조9000억원으로 1년 새 20% 급증했다. 2010년 말 653조7000억원(1.1%), 2011년 말 649조4000억원(-0.7%), 2012년 666조3000억원(2.6%) 등 매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늘었다.

단기 부동자금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한국 경제의 규모가 커지는 속도가 빨랐던 셈이다. 그러나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2%대에 접어든 2013년 말 단기 부동자금은 712조8000억원으로 7% 늘었다. 지난해에는 11.5%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1.3% 급증했다.

한은이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과 6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단기 부동자금 증가세가 빨라졌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연 2.5%에서 연1.5%가 됐다.

시중에 풀린 돈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단기자금 규모가 함께 증가했고, 저금리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단기 수익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도 지속됐다. 기준금리 인하 과정에서 장·단기 상품의 금리차이가 0.1%포인트까지 축소돼 1년 이상 예금에 돈을 묶어 둘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은행금리가 낮은데 주식시장도 부진하다 보니 시중 자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유동성은 늘었지만, 돈이 경제 내부에서 원활히 돌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