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을 놓고 부자·형제간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던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신동빈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 사과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신 회장은 한국롯데의 지주 회사격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416개로 얽힌 순환출자의 80%를 연내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하고 기업 문화 개선위원회도 설치하는 등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지난 보름 동안 이어진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국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극소수 지분을 갖고 국내 순위 5위 그룹의 경영권을 좌지우지 하는 이전투구에 일반주주와 소비자들은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도체 회로 같은 복잡한 순환출자로 83조 거대 그룹을 지배하는 불투명한 소유구조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롯데 그룹 총수 일가의 분쟁은 전체 재벌에 대한 이미지에도 먹칠을 가했다. 정부, 국회, 시민단체로부터 재벌 개혁의 목청을 다시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그간 총수일가의 독단 경영과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받는 구조가 알려지면서 롯데의 국적 논란까지 야기했다.

신 회장의 사과와 지배구조개선 약속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우선 한국 롯데의 지주사인 호텔롯데 상장 카드를 내걸었지만 일본 지분율이 워낙 높아 성사될지 미지수다. 일본롯데가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전에는 롯데가 아무리 한국 기업이라 주장해도 국적 논란은 불식하기 어렵다.

'한국 매출이 한·일 롯데그룹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고 지난해 일본롯데에 대한 한국롯데의 배당금이 한국롯데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고 주장해도 지분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는 한 국민들은 롯데를 온전한 한국 기업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기업 경영에서 국경의 의미가 옅어지고는 있으나 한국과 일본 관계의 특수성, 형제간 갈등의 원인을 고려할 때 차제에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신동빈 회장이 한·일 분리경영을 생각지 않고 있다고 밝힌 점은 재고돼야 한다. 신 회장은 분리경영 반대 이유로 제3국 시장 진출 시 한일 롯데의 협력 시너지를 들고 있다. 그렇다 해도 최소한 일본롯데보다 10배 이상 매출 규모가 큰 한국 롯데가 주도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 정서도 분리경영을 요구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정부는 국세청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사실상 모든 채널을 동원해 롯데의 지배구조와 거래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치권도 롯데 사태를 계기로 재벌 개혁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민 소비자단체들은 롯데 계열사 제품 불매운동까지 시작했다.

신동빈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지배구조 개선 약속이 이런 압박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이 아니길 바란다. 신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롯데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국민의 사랑과 성원이 있었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롯데그룹은 국민 비난이 높아지자 2018년까지 2만 4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하는 등 발 빠르게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신 회장의 사과가 롯데로 향하는 압박을 모면하기 위한 등 떠밀린 사과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7일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국민은 롯데 총수 일가가 이번 분쟁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 보면서 롯데에 대한 신뢰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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