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연 가톨릭대 약학대학 부교수
조용연 가톨릭대 약학대학 부교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과학용어를 많이 접하며 산다. 이런 용어들에 대하여 어떤 경우에는 정확히 그 의미를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흔히 접할 수 있다.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등 다양한 방법으로 너무나 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니 그 정보에 대한 정확한 의미와 뜻을 생각하지 않고 어렴풋이 넘겨짚고 넘어가기 때문에 과학적인 용어가 정의하는 범주, 대상 등등 많은 것들에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더욱이 국어 및 외래어가 축약되어 사용되고 있고 그대로 일상생활에 사용됨으로써 어느 것이 국어인지 외래어인지 구별이 어려울 때도 많다.

가장 최근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은 병명을 일컫는 단어로 코로나바이러스(Cronavirus) 감염에 의해 생기는 중증 급성 호흡기질환이다. 하지만 뉴스, 신문, 인터넷 등 많은 곳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메르스 노출병원' '메르스에 노출됐다' '메르스 감염자'와 같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메르스는 바이러스(메르스=바이러스)가 되어 버렸다. 필자의 의견으로 정확히 표현하면 각각 '메르스를 발생시키는 바이러스' '메르스 발생된 병원' '메르스를 발생시키는 코로나바이스러스에 노출됐다' 그리고 '메르스를 발생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 표기해야 정확하다고 판단된다. 물론 말이 길어져 말하기 어렵고 쓰기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과학은 논리이고, 정확한 개념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교육적인 측면과 과학을 탐구하고자 하는 미래 세대의 주역 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발음상의 문제도 지적하고자 한다. 메르스라는 발음의 어원을 필자는 잘 모른다. 영어식 발음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지만 외국 과학자들은 '머~을스'라고 하여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머~을스'라는 발음을 정확히 표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머스'하고 표기하고 비슷하게 발음하면 문맥상 외국인은 알아들 수 있다고 생각되나 '메르스'라고 발음하면 알아듣는 필자의 외국인 친구는 없다. 국어의 체계 속에서 발음이 없을 경우 국제적으로 언어소통이 가능한 발음을 사용하여야 하고, 이를 국어체계에서 정확히 어떻게 부를지를 정하여 혼돈을 막아야 할 것이다.

과학자를 꿈꾸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자를 대상으로 예를 들어 보겠다. 본 필자의 연구실은 정상적인 세포가 암세포로 그 형질이 전환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의 신호전달 및 분자 기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본 연구실의 실험실 토의 또는 심포지엄에 참여해 연자의 강의 및 토의를 듣다보면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실험실 토의나 심포지엄 강연 및 토의에서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란 단어를 흔히 사용한다. 발현이란 DNA로부터 기능을 갖고 있는 유전자의 산물이 합성되는 과정을 말한다. 기능을 갖고 있는 유전자의 산물이란 일반적으로 단백질을 말하지만,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유전자인 운반RNA(tRNA) 또는 소핵RNA(small nuclear RNA: snRNA)의 경우에는 유전자 발현의 기능을 갖고 있는 산물이 RNA이다. 유전자 발현은 전사, RNA 스플라이싱 (RNA splicing), 번역이란 단계로 구성되며, 이것이 생명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핵심이론(central dogma)이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합성된 단백질은 번역후변형(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이란 단계로 거치게 되는데, 번역후변형에는 인산화, 아세틸화, 메틸화 등 다양한 화학 작용기가 첨가되는 반응으로 합성된 단백질의 활성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본 필자는 실험실 토의나 심포지엄의 강연 또는 토의에서 '인산화 백질의 발현양 변화'이란 단어를 쓰고 있는 연구자 또는 대학원생들을 흔히 마주한다. 필자의 의견으로 '인산화된 단백질의 양적 변화'으로 표현해야 옳다. '인산화 단백질의 발현양 변화'라는 의미 속에는 인산화된 단백질이 DNA속에 암호화되어 있어야 하고, 유전자 발현을 통해 만들어진 단백질이 인산화된 형태로 합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백질의 인산화는 단백질의 합성에 끝난 후 자기 자신 또는 다른 단백질에 의해 특정 아미노산 잔기에 인산기가 첨가되는 반응의 결과로 만들어 지기 때문에 발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사실 이러한 실수는 우리나라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연구자들에서도 빈번히 발견할 수 있으며, 본 필자가 외국 전문저널을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오류 중 하나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 과학의 발전은 정리된 개념을 토대로 논리성과 증거를 이용해 발전시켜 나간다고 한다면 과학용어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조용연 가톨릭대 약학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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