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욱 ETRI 투명소자·UX 창의연구센터 센터장
경기욱 ETRI 투명소자·UX 창의연구센터 센터장


'어릴 적 꿈을 물으면 과학자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국내 한 대기업의 광고 카피다. 광고는 아이들의 장래희망 순위가 연예인, 의사, 변호사 등으로 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과학자라는 꿈이 다소 외면 받는 현실을 함께 꼬집고 있다. 왜 과학자는 많은 어린이들이 꿈꾸지 않는 직업이 되었고 인기가 없는 직업이 되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지만, 과학자 스스로 너무 소극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과학자 또는 연구원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며, 경제적으로도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공계 기피현상'과 같은 사회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지 않았는가 생각해 본다. 이에 필자는 과학자 스스로도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초심으로 돌아가 보면, 과연 내가 생각했던 과학자로서의 역할은 충분했는가. 지금 내가 꿈꿔오던 과학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말이다.

연구과제나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도,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도,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사람도 결국 과학기술계 종사자이다. 정작 국가와 인류를 위해 과학기술계가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양적인 비교나 경쟁보다는 미래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마음도 절실히 필요하다. 따라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유행을 좇아 연구하는 행태나 사람보다 지속적인 원천연구를 통해 깊이가 있는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도 과학자 자신의 인내도 또한 필요하다. 물론, 연구에 대한 열정과 꿈을 가진 젊은 연구원들이 좋은 연구개발에 우선 몰두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주는 것은 더욱 더 선행조건이다. 여건에 따라 변화하는 정부의 R&D 정책에도 참여해 토론하고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는 과학자도 있어야 한다.

지금도 과학기술계에는 훌륭한 연구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신을 가지고 우수한 연구성과를 내며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많은 젊은 연구원들이 이상과 현실 속에서 갈등하고 있다. 그들이 꿈꿔왔던 진솔한 과학자의 꿈을 지켜줄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더 독창적이고 세계를 선도할 연구성과가 쏟아질 것이다. 국민들이 염원하는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도 창의적인 연구를 힘내서 하는 행복한 과학자가 넘치는 환경에서 가능한 일이다.

경기욱 ETRI 투명소자·UX 창의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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