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 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 국민의 5.6%가 장애인이라고 한다.

인구수로 환산하면, 약 270여만 명이나 되는 많은 숫자이다. 이렇게 많은 장애인 가운데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인이 된 '후천적 장애인'이다. 장애인의 고령화도 심각하여 전체 장애인의 43%가 65세 이상 노인이며, 장애인 4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고 비장애인과 비교할 때 우울감은 2배, 자살 생각율은 5배나 높다. 또 15세 이상 장애인 10명 중 6명은 미취업 상태로 비장애인에 비해 2배나 실업률이 높다. 따라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생활고를 겪지 않을 수 없는데 스스로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장애인이 10명 중 7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와 상당히 단절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270만 명이나 되는 장애인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못 만나는 것을 보면 장애인들이 집이나 시설에서 외부로 쉽게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장애인의 이동권에 관한 문제이다. 보도에 간혹 점자블록이 만들어져 있기도 하지만 도중에 끊겨 있는 경우가 많고 생활에 필요한 각종 장애인 시설은 아직도 현저히 부족한 상태이다. 장애인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른바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제도는 장애 1, 2등급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그것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움에 불과하고 외출이나 여행을 가는 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예컨대 살고 있는 집에 화재가 나도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참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모 장애인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장애가 심각했고 편마비에 언어장애까지 있었지만 중복장애로 장애 3급 판정을 받는데 그쳐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했으며, 집에 불이 나자 문이 열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그만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장애등급제 폐지 문제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하였고 보건복지부도 2017년까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며 연구에 들어간 상황인데 이 장애등급제는 실제로 장애인들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현안 문제이다. 장애등급제는 1989년 장애인 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시작된 제도이며 이 법에 따라 장애인들에게는 등급이 매겨져 있다. 시각이나 청각, 지체 상태 등에 대하여 의학적 기준에 따라 장애유형을 1급에서 6급까지 나누고 이 등급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차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단지 분류를 위하여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는 행위는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의 상당수가 중복장애인이고 장애인마다 생활환경이 다 다른데 이 사람들을 정확치 못한 의학적 기준으로 장애등급을 매기는 것은 적정하다고 할 수 없다. 선진각국에서도 10여 년 전에 이미 장애등급제가 논란이 되어 거의 다 폐지하였고, UN도 지난해 우리나라에 장애등급제 폐지를 권고한 상황이므로, 장애인의 특성과 재활욕구, 생활환경에 따른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각 장애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일 것이다.

장애인 실업률이 60%가 넘는다는 것은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말해준다. 얼마 전 이른바 현대판 염전노예 사건이 적발됐고 해당 장애인들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다시 염전으로 되돌아갔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들이 힘든 염전으로 되돌아간 이유는 가족들의 환영을 못 받은 탓도 있었지만 집에 가도 일자리가 없고 자활이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염전에서 비인간적 대우를 받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싶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이것이 장애인 사회의 현실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의 장애인 취업율을 조사했더니 장애인을 채용한 기관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장애인 관련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많은 장애인관련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후천적 장애인이 대부분인 상황이므로 누구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장애인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당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실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 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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