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브랜드 경쟁력 약해 미국시장 판매 부진
중국업계 신흥국 공략 승용·상용차 점유율 위협

프리미엄과 대중성을 하나의 브랜드로 모두 잡는다는 현대차의 전략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부진한 와중에 중국 업체가 신흥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월평균 230여 대를 팔던 에쿠스가 7월 170여 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제네시스 역시 5월 3160대에서 7월 2474대로 줄었다.

반면 토요타의 고급차 서브 브랜드인 렉서스는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제치고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또 이 기간 인피니티(닛산)가 전년보다 판매량이 22.2% 증가한 것을 비롯해 링컨(포드) 21.3%, 아우디(폭스바겐) 20.8%, 아큐라(혼다) 19.5% 등 고급차 브랜드들의 상승세가 현저하다.

이처럼 현대차 자체 브랜드만으로 한계가 드러나자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바탕으로 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별도의 제네시스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는 것보다 기존 현대차의 대중적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고급 브랜드를 출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는 한때 전체 수익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시장 중 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현대차 중국 공장 매출은 올 상반기 8조8080억원으로 전년보다 10.1% 급감, 현대차에 지분법 손실을 안겼다. 러시아 공장도 올 상반기 매출액이 29.3% 감소했고, 브라질은 18%가 줄었다.

특히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올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중국 내수 부진으로 인해 앞서 현대차가 진출해 자리를 잡은 신흥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어, 앞으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을 잠식할 가능성이 대두 되고 있다.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앞으로 3년간 중동과 멕시코에 대형 공장을 건설해 승용 및 상용 차량 생산 계획을 밝혔고, FAW와 둥펑자동차도 이미 BAIC보다 먼저 해외 지사를 설립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리판자동차, 그레이트 월 등 중국의 15대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에 58개 공장을 두고 2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 중이다. 중국 업체들이 진출을 모색 중인 곳들은 대부분 현대차의 판매 비중이 상당한 신흥 시장이어서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저가 마케팅이나 별도의 판촉 없이 '품질'로 중국의 공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가격 경쟁력을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의 신흥 시장 진출에 같은 무기로 싸울 수는 없다는 뜻이다. 과거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 진출 당시 도전자의 입장이었던 현대차가 중국산 자동차들을 맞아 품질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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