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지분 확보" vs "2/3가 우호세력" 진실공방
가족회의 임박한듯… 신격호 창업주 지지가 변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두번째 부인이자 신동주, 동빈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씨가 30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공항을 나서고 있다 (왼쪽 사진). 이에 앞서 29일 밤 신동주 전 일본 홀딩스 부회장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두 사람이 연이어 입국하면서 롯데 총수 일가의 가족회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두번째 부인이자 신동주, 동빈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씨가 30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공항을 나서고 있다 (왼쪽 사진). 이에 앞서 29일 밤 신동주 전 일본 홀딩스 부회장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두 사람이 연이어 입국하면서 롯데 총수 일가의 가족회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의 후계다툼이 1차 '왕자의 난'에 이어 한국·일본 롯데의 지배 고리 핵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이라는 2차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신동빈 회장이 29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과반 확보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29일 밤 입국한 신동주 전 부회장도 3분의 2 지분이 우호세력이라며 이사회 교체를 제안하겠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 씨가 30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 롯데 총수 일가의 가족회의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달 중순께 한국 롯데그룹 핵심 임원 3∼4명에 대해서도 해임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나 신 전 부회장의 '사전 작업'이 상당히 치밀하게 이뤄졌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 승패는 두 형제가 아버지 신 총괄회장과 우리사주, 롯데 관계사의 지지를 얼마나 받느냐가 결정할 전망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주·신동빈 형제 외에 지주회사격인 광윤사와 신격호 총괄회장, 우리사주, 롯데 관계사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한국(신동주)과 일본(신동빈)에서 후계다툼을 둘러싼 배경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확보 가능한 지분규모에 대해 진실공방을 이어갔다.

신 전 부회장은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과 종업원 지주회(우리사주)를 합하면 의결권이 전체 3분의 2가 된다"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소집해 이사 교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을 지지하는 세력을 교체하고 신 총괄회장을 내세워 무위에 그친 '왕자의 난'을 다시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신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일관되게 신동빈 회장을 추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신동빈 회장도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또 신 총괄회장에 대한 인사 조치와 관련, 대표이사직만 떼어낸 채 비상근 이사직을 유지시킨 데다 이사회 구성원 중 7명 중 5명의 찬성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이사회 개최로 법적인 정당성을 이미 갖춰 다시 표 대결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신 회장의 측근인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의 과반을 확보했다"면서 "신 회장 우호지분이 최대 70%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30일 신 전 부회장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대체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신 전 부회장의 역전 시도를 차단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재계는 실제로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표 대결로 이어질 경우에는 어느 쪽이 승리할 지 지금으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입을 열고 있지 않은 신 총괄회장이다. 신 부회장의 주장대로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장남에게 기울고 있고 롯데가의 맏딸인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등 친족들이 장남의 우군세력으로 작용한다면 신 부회장의 승리도 가능성이 있다. 신 총괄회장의 한국 롯데 임원 해임 지시가 이달 중순 이뤄진 것을 봤을 때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가 친족들이 한일 양국 롯데 핵심 인물들을 해임하고 판세를 뒤집으려는 시도가 이미 당시부터 시작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반면, 신 회장 측의 주장처럼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라면 신 회장은 이를 명분으로 지난 28일 이사회 때처럼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무효로 돌리며 현 체제 굳히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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