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롯데그룹 '신동빈 천하'
두 형제 그룹 보유지분 비슷
신 총괄회장 속마음 베일 속
후계구도 언제든 바뀔수있어

28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됨에 따라 신동주, 신동빈 두 아들 간의 싸움에서 신동빈 회장이 승리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에 따라 여전히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남은 것으로 분석된다.

두 아들의 그룹사 보유 지분이 비슷한 데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신 총괄회장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현재까지는 뚜렷하게 알려진 바가 없는 만큼 형제의 난의 승자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 총괄회장 전격 해임에 따라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신동빈 '원톱 체제'가 굳어진 모습이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겸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26일 일찌감치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된 데 이어 올해 1월 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도 물러나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는 일찌감치 판가름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주식 지분을 바탕으로 한 '경영권'을 따져보면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아 언제라도 갈등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재계와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라는 기업으로,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7.65%를 갖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19.1%,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은 이보다 조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신 총괄회장이 나머지 지분 대부분을 가진 만큼, 그의 선택에 따라 여전히 롯데그룹 후계 구도는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동주, 동빈 두 형제의 주식 비율이 20% 안팎으로 비슷하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28% 정도로 두 아들보다 높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두 형제는 롯데홀딩스를 통해 호텔롯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 지분은 전혀 없다.

한국 롯데의 다른 주요 계열사에서도 두 형제의 지분 격차는 크지 않다. 한국 롯데쇼핑은 신 회장의 지분율 13.46%,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 13.45%로 불과 0.01% 차이다. 또 올해 초 기준 공시에서의 두 형제 지분율은 △롯데제과 신동빈 5.34%, 신동주 3.92% △롯데칠성 신동빈 5.71%, 신동주 2.83% △롯데푸드 신동빈 1.96%, 신동주 1.96% △롯데상사 신동빈 8.4%, 신동주 8.03% △롯데건설 신동빈 0.59%, 신동주 0.37%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 사이의 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셋째 부인 슬하의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일정 지분을 보유한 사람들과 손을 잡을 경우 롯데그룹은 언제라도 치열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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