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상생하도록 대책 필요 방송 상품 가격 정상화와 채널거래시스템 개선해야 시청자 피해 없도록 합리적 정책 마련해야
최성진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원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인의 재화를 사용해 수익을 창출한다면 당연히 그 재화에 대한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지상파방송의 콘텐츠를 유료방송사가 가입자에게 제공하고 있어 유료방송사는 그 대가로 가입가구당 280원을 지불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이 지상파재전송과 관련해 60여건의 법정소송을 진행하면서 극으로 치닫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에 발표된 '2014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의 주 수입원인 광고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유료방송은 주 수입원인 수신료 매출이 감소 추세에 있다. 수치적으로 지난해 지상파방송의 광고매출이 1조8976억원으로 전년대비 -8.2%에 해당하는 1700억원이 감소했고, 케이블 SO의 수신료 매출은 1조645억원으로 전년보다 -8.7%에 해당하는 1018억원이 감소했다. 두 매체는 주 수익원이 경기침체와 경쟁심화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상파방송은 재전송료, VOD 판매, 협찬 등 다른 수익원에, 케이블 SO의 경우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증액과 VOD 서비스, 모바일 앱서비스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보존하려 한다.
문제는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계속 올라가면, 그 증가분을 지상파 재전송료 인상분으로 지불할 수 있겠지만, 현재 홈쇼핑 매출은 지상파방송의 시청률 감소, 데이터방송과 모바일쇼핑 활성화 등으로 TV홈쇼핑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이다. 실제 초기 TV홈쇼핑사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고, 이미 TV홈쇼핑 사업자들은 유료방송사에 송출수수료 인하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방송시장 전체적으로 수입은 감소하고 자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에서 더 많은 대가를 원한다면 유료방송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결국 지상파방송은 직접수신율이 7% 이하로서 유료방송을 통해 시청권을 확대하고 있고, 유료방송은 지상파방송으로 인해 상당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 유료방송의 생존은 지상파방송의 생존에도 직결된다.
따라서 유료방송시장에 자금이 유입되어 방송사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첫째, 방송시장의 자금 유입이 되도록 케이블방송사는 수신료 매출, 즉 방송 상품가격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통신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이른바 공짜 마케팅을 통해 결합시장에서도 지배력을 지니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방송 상품가격의 정상화가 요원해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결합상품 할인율을 동등비율로 할인토록 유도해야 한다. 이 방법이 통신사의 마케팅 자유를 일부 제한할 수도 있겠지만, 방송산업 전체의 붕괴보다는 효율적인 조치다. 이를 통해 방송 상품이 약탈적 가격이 아닌 정상가격을 받을 수 있게 해야만 방송시장 전체가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고, 우리나라가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둘째, 매체 간에 채널거래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언급한 바와 같이 유료방송사가 방송 상품가격을 정상화 시키지 못하는 가운데 지상파 재전송료, 종편PP 수신료, 일반PP수신료, VOD수급비용 등 콘텐츠 수급비용이 정해진 룰 없이 치솟고 있어 유료방송사는 인상 범위를 감당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물론 채널계약은 원칙적으로 상업적 계약이고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가를 통해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해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 지상파 채널은 필수설비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종편은 의무편성채널임으로 유료방송사가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채널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모든 콘텐츠 사용료에 대해 적정수준에 해당하는 전체 금액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지상파 채널, 종편채널, 일반PP 채널 등 성격에 따라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정률제 도입 등 유료방송의 수신료 수익을 적절하게 배분하기 위한 채널거래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매체 간에 끝없는 논쟁으로 시청자에게 피해가 가기 전에 합리적인 정책안이 도출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