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적자 원인은 긴축재정 의한
악순환 메커니즘 성격 커 실업률이 27% 수준으로
채무위기 또다른 주 원인 그리스 위기서 교훈 얻어야

양준호 인천대 교수·경제학
양준호 인천대 교수·경제학


그리스 채무위기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보수 언론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식으로 다들 소리 높여 '과잉복지'를 가능케 한 방만한 재정운영을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규정하면서, 연금 등의 복지지출과 같은 공적지출을 축소하는 긴축재정만이 그리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처럼 국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와 관련된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언론의 이른바 '과잉복지위기론'은 사실과 다르다. 먼저 각국 사회보장제도 관련 공적지출에 대한 OECD의 국제비교 통계를 보자. 그리스 채무위기가 2009년 10월부터 본격화한 점을 고려하여, 2009년 전후 그리스 공적지출의 대 GDP 비율을 보면, 채무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에서 2008년도 사이에는 21.9%로 OECD 34개국 평균인 19.6%보다는 약간 상회하는 수치를 보인다. 그러나 복지국가를 표방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수치는 차치하더라도, 프랑스(29.7%), 벨기에(26.6%), 이탈리아(25.5%), 독일(25.2%) 등 여타 11개국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2012년에서 2013년 사이의 그리스 공적지출 비율의 순위는 OECD 국가 중 15번째로 내려갔다. 비교적 비슷한 경제 규모와 그 체질을 보이고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이다.

그리고 우리 언론의 뭇매를 얻어맞고 있는 것이 그리스의 연금지출 수준인데, 공적지출 중에서 연금지출의 대 GDP 비율만을 따로 계산하여 이를 여타 국가와 비교해서 보면, 2009년도 그리스의 수치는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나타나고 있다. 즉 그리스의 연금제도가 타 국가에 비해 유독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리스의 적자가 급속히 늘어난 원인은 오히려 사회보장제도의 취약함과 긴축재정에 의한 경제의 악순환 메커니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스 민간기업에는 기업연금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퇴직금도 급여의 일 년치가 지급되고 있을 정도이고, 국민건강보험제도 및 실업보험제도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연금에 의존하게 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나며, 나아가 전체 연금수급자의 45%가 충분한 액수의 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긴축 기조에 의해 고용환경이 크게 위축되면서 그리스 경제의 악순환 메커니즘이 확대재생산되어 왔다. 그리스의 실업률은 현재 약 27%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수치는 2010년에 비해 2배가 넘는다. 또 평균에 비해 청년들의 실업률은 턱없이 높고 그 임금수준은 지나치게 낮게 나타나, 연금제도를 지탱해온 연금보험료 수입이 크게 줄면서 연금수지가 급속히 악화됐고, 이는 결국 그리스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긴축 조치를 취하면 취할수록 최종적으로는 연금 수지가 크게 악화되는, 바로 그런 악순환 메커니즘이 그리스 채무위기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리스의 군사비 지출이다.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 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는 세계 각국의 군사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유럽연합 28개국의 군사비 지출의 대 GDP 비율을 보면, 그리스는 2000년에서 2014년까지 유럽연합에서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1위를 기록해왔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유럽의 패권국이라 자칭하는 독일의 무려 2배에 달한다. 놀라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의 주요 언론들은 그리스가 군사비만 줄였어도 재정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할 정도다. 실제로 2008년 이후 재정위기에 허덕이고 있던 그리스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는 무기 대량 수출을 강행해왔고 이로 인해 그리스의 채무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그리스는 유로존 패권국들의 무기수출 탐욕에 희생되면서 결국 이른바 '부당채무'까지 지게 된 것이다. 채무위기에 빠진 그리스에 대해 긴축안을 강제해온 독일의 교활함과 이중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그리스 채무위기. 부정부패와 탈세 등 자유주의자들이 강조하는 그리스의 내적 요인 역시 분명히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측면적인 요인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리스의 채무를 급속하게 늘인 것은 취약한 사회보장제도와 긴축재정에 의한 경제의 악순환, 그리고 독일과 같은 유럽 패권국 무역의 비윤리성 때문이다. 해서, 과잉복지를 그리스 위기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논의는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보일 뿐이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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