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공익법인 설립 등 내용 담아 … 내달 1일 수용여부 결정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가 설립 6개월 만에 첫 조정안을 내놨다.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출원해 피해자 보상과 예방 대책 등을 실행할 공익법인을 설립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삼성전자, 피해자 및 가족들로 구성된 가족대책위원회와 반올림은 이번 조정안을 검토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개한 조정안은 양쪽이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을 적지 않게 포함하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23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김지형 조정위원장(노동법연구소 해밀 소장·전 대법관)은 삼성전자, 반올림, 피해자 가족 등 교섭 주체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김지형 위원장은 "공익 법인은 권고안에서 제안한 것처럼 사회적 기구로 운영되며 발기인은 시민단체, 대한변호사협회, 경실련, 참여연대 등에서 찾아야 한다"며 "공익법인은 조정위가 제시한 원칙과 기준을 준수하며 이번 문제의 보상과 대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에 대한 조정안도 발표했다. 조정안에 따르면 보상대상자의 재직 시점 기준은 2011년 1월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부터 근무를 시작해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종사자들로 한정한다.

김 위원장은 "반도체산업 종사자 중 일반적으로 업무와 관련성이 높고 근무 환경과 개연성이 있는 질환의 범주를 한정했다"며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재생불량성빈혈, 유방암, 뇌종양, 생식질환, 희귀질환, 희귀암, 난소암 등 12가지"라고 설명했다.

조정위는 12가지의 질병을 또 3가지로 분류해 보상 정도에 차등을 뒀다. 1군의 경우 업무 관련성, 개연성이 비교적 높은 질병으로 이미 역학 조사와 근로복지공단 등에 의해 인정된 백혈병, 림프종, 유방암 등이다. 2군은 중간 정도의 개연성이 있는 뇌종양, 생식질환이 해당한다. 3군은 차세대질환, 희귀질환 등 경우는 상대적으론 낮지만 장애가 심각한 질병이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갈등을 빚어왔던 사과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조정위 측은 "삼성전자가 '노동건강인권 선언'을 발표해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를 선언하고, 동시에 그동안 반도체 관련 시설 및 사업장에서 충분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조속하지 못한 대응으로 피해자들의 고통을 연장시켰다는 점에 대해 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정안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해 교섭 과정에서 언급됐던 직업병보다 질병 목록이 더 늘었고 사업장 내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옴부즈만 제도' 등이 추가했기 때문이다. 협상 주체들은 이날부터 10일의 숙려 기간을 거친 뒤 내달 1일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의가 없을 경우 8년에 걸친 긴 논쟁이 종지부를 찍게 된다.

황민규기자 hmg8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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