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의 승리

지금부터 130여 년 전인 188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 간 전기 표준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를 발명한 반면,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를 각각 발명했는데요.
에디슨의 직류 방식은 전력손실이 거의 없어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고, 송전 과정 중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안정성이 떨어져 잦은 고장과 누전 등이 생길 수 있고, 송전 선로가 길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테슬라의 교류 방식은 이러한 직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극이 바뀌는 형태로 전기를 보낼 수 있도록 고안됐습니다. 즉 변압기를 이용해 손쉽게 전압을 바꿔 먼 거리까지 전기를 보낼 수 있으나, 장거리 송전 시 전력손실이 크다는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을 무기로 팽팽히 맞섰던 직류와 교류 방식은 결국 교류의 승리를 끝나게 됩니다. 교류 방식이 전기를 생산해 전압을 쉽게 높여 먼 거리까지 전기를 보낼 수 있다는 '우월한' 장점 때문에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행사장을 환하게 밝히는 25만개에 달하는 전구를 감당할 기술로 채택된 것입니다. 후 100년 넘게 '교류의 전성시대'를 맞아 전력망 표준으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습니다.


◇직류의 반격

130여 년이 지난 지금 교류에 밀려 뒷방 신세로 전락해 주목받지 못했던 직류가 다시금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서서히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원과 분산전원, 전기에너지 저장장치 등 직류 전원이 늘어나고,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IT 기술 덕분에 직류전원을 채택하는 각종 정보통신 관련 기기들이 늘어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컴퓨터와 휴대전화 배터리는 물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얻어지는 전력 대부분이 직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교류는 변압기라는 설비를 통해 손쉽게 전압을 바꿔 먼 거리로 전기를 보낼 수 있지만, 전송 손실이 크고 지하 매설에 따른 거리 제한이 있습니다.

반면 항상 일정한 전압과 극성을 갖는 직류 송전은 전력손실이 적고, 지하나 해저 매설에 따른 거리 제한이 없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손쉽게 전력망을 분리해 운영할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전압을 바꾸기 위한 특수한 반도체로 구성되는 전력변환설비가 필요해 송전설비 비용이 비싼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반도체와 정보통신, 전력기술이 빠르게 발달해 극복할 수 있게 되면서 에디슨이 발명했던 직류송전을 130여 년 만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미래의 전류

교류 중심의 전력시스템을 직류 중심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송전과 배전은 물론 각 건물과 가정 내부 시스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교류가 직류로 바뀌면 가장 먼저 전기 이용의 편리성이 높아집니다. 전기차, LED 조명, 각종 가전제품들은 불필요한 변환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력망으로부터 직류를 직접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함께 전력 전송 과정에서 손실이 줄어들어 현재의 전력망에서 생길 수 있는 대규모 순환 정전 위험성이 줄어듭니다. 이에 따라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각 가정과 건물, 공장까지 직류로 전달되고, '전기 먹는 하마'로 알려진 인터넷서비스용 데이터센터(IDC)의 전력체계는 직류에 맞게 고쳐져 효율이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스마트그리드 확산과 함께 직류를 사용하는 건물단지와 도서 지역도 생기고, 전기부품과 전력기기 시장도 새롭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고조파(찌그러진 파형)와 전자파로 인한 문제가 적어 유해성이 없는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하게 돼 송전탑 갈등 같은 사회적 문제도 줄어들 것입니다. 이처럼 직류기술은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목받을 전망입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자료협조=한국전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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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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