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1조7000억 재난망사업 '총체적 부실'
음영지역 해소 위한 전국 중계기 연결방안
서로다른 주파수 변환·연결 비용 언급없어
'상용망 연계' 밑빠진 독에 물붓기 될 수도
총 사업비 1조 7000억원이 투입되는 재난안전통신망의 시범사업이 현재의 정보화전략계획(ISP) 대로 추진될 경우,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심각한 부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업비 절감과 구축 효율성을 위해 내놓은 '상용망 연계' 방안도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20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안전처는 이달 중 재난망 구축 시범사업 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보안성 감사와 실무자 검토가 완료된 상태이며 금주 중 박인용 안전처 장관의 결제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는데, 장관 결제와 동시에 조달청을 통한 시범사업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안전처는 시범사업 발주를 앞두고 기술 부문과 예산 문제 등에 각종 의문이 제기되자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점검하고 수정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미 13년이나 지체된 사업인만큼 일단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인해 재난망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안전처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재난망 구축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현재 안전처가 강행하고 있는 재난망 시범사업의 핵심 역할을 하는 ISP에 심각한 부실이 발견돼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ISP가 제시한 상용망 연계 방안이 실제로는 대단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비용도 수반돼 오히려 재난망 사업비를 천문학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ISP에 따르면 재난망은 국가가 직접 구축, 운영하는 '자가망'으로 설계됐다. 다만 전국망을 구축해야 하며 재난이라는 특수 환경에서도 통신망이 '생존'할 수 있도록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국비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에 ISP에서는 재난망을 자가망으로 구축하되 건물, 터널, 지하, 기타 지역 등 망 구축과 운영에 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은 현 이동통신사의 '상용망'과 연계해 운영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상용망과 연계하기 때문에 10년간의 운영비를 포함해 1조7000억원이라는 비용만으로 전국 재난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가망 구축 비용과 복잡성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상용망 연계 방안'이 오히려 사업비를 증가시키고 망 구축을 복잡하게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상용망의 경우, 통신사들은 음영지역에 중계기를 수십만개 설치해 음영을 해소하고 있다. 건물 내부나 지하주차장, 터널 등이 대표적인 곳"이라면서 "만약 재난망과 상용망을 연계한다면 재난망을 상용망의 중계기에 연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그 비용 또한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ISP의 내용 중에는 '음영지역 해소비용'이라는 명목으로 건물과 지하 등 수백곳 정도에 대한 중계기 연계 방안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국망이 됐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계기 연계 방안은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지 않으며 비용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파수 연계도 문제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망의 주파수는 3G의 경우 2.1GHz, 4G LTE의 경우 1.8GHz 등의 대역으로 구축돼 있다. 재난망의 주파수 대역은 700MHz로, 상용망과 다르기 때문에 중계기 연계 과정에서도 주파수 변환을 위한 별도 장치가 구축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ISP는 설명하고 있지 않다. 재난망과 상용망을 중계기로 연결해 활용한다면 그 과정에서 통신을 할 때 '핸드오버'라는 기지국 간 연계과정 또한 필요하다. 상용망과의 연계를 위해 일부러 더 복잡한 설계를 하고 운영을 해야 하는 셈이다.
안전처가 당초 강조했던 '시범사업을 통한 검증' 또한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은 대규모 국책사업에 앞서 수행하면서 문제점들을 점검한 후 수정, 보완해야 하는 단계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 현 재난망 사업에서는 이러한 수정 보완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이 빠져있다.
전문가들이 이번 시범사업을 사실상 '선행사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범사업이 아닌 선행사업인 경우, 사업 내용이 본 사업까지 연계되기 때문에 사소한 오차도 본 사업에서 큰 허점으로 드러난다. 결국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예산만 추가해야 할 최악의 경우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이미 시범사업에 대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안전처가 사업 발주를 강행하고는 있지만 상용망 연계 등의 부분에서 예산 증가 등이 대단히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고 본사업(확산사업), 완료사업까지 일사천리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각 사업마다 국회의 예산 심의를 다시 거쳐야 하는 만큼 지금이라도 보다 면밀한 시범사업 계획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음영지역 해소 위한 전국 중계기 연결방안
서로다른 주파수 변환·연결 비용 언급없어
'상용망 연계' 밑빠진 독에 물붓기 될 수도
총 사업비 1조 7000억원이 투입되는 재난안전통신망의 시범사업이 현재의 정보화전략계획(ISP) 대로 추진될 경우,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심각한 부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업비 절감과 구축 효율성을 위해 내놓은 '상용망 연계' 방안도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20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안전처는 이달 중 재난망 구축 시범사업 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보안성 감사와 실무자 검토가 완료된 상태이며 금주 중 박인용 안전처 장관의 결제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는데, 장관 결제와 동시에 조달청을 통한 시범사업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안전처는 시범사업 발주를 앞두고 기술 부문과 예산 문제 등에 각종 의문이 제기되자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점검하고 수정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미 13년이나 지체된 사업인만큼 일단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인해 재난망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안전처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재난망 구축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현재 안전처가 강행하고 있는 재난망 시범사업의 핵심 역할을 하는 ISP에 심각한 부실이 발견돼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ISP가 제시한 상용망 연계 방안이 실제로는 대단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비용도 수반돼 오히려 재난망 사업비를 천문학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ISP에 따르면 재난망은 국가가 직접 구축, 운영하는 '자가망'으로 설계됐다. 다만 전국망을 구축해야 하며 재난이라는 특수 환경에서도 통신망이 '생존'할 수 있도록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국비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에 ISP에서는 재난망을 자가망으로 구축하되 건물, 터널, 지하, 기타 지역 등 망 구축과 운영에 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은 현 이동통신사의 '상용망'과 연계해 운영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상용망과 연계하기 때문에 10년간의 운영비를 포함해 1조7000억원이라는 비용만으로 전국 재난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가망 구축 비용과 복잡성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상용망 연계 방안'이 오히려 사업비를 증가시키고 망 구축을 복잡하게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상용망의 경우, 통신사들은 음영지역에 중계기를 수십만개 설치해 음영을 해소하고 있다. 건물 내부나 지하주차장, 터널 등이 대표적인 곳"이라면서 "만약 재난망과 상용망을 연계한다면 재난망을 상용망의 중계기에 연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그 비용 또한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ISP의 내용 중에는 '음영지역 해소비용'이라는 명목으로 건물과 지하 등 수백곳 정도에 대한 중계기 연계 방안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국망이 됐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계기 연계 방안은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지 않으며 비용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파수 연계도 문제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망의 주파수는 3G의 경우 2.1GHz, 4G LTE의 경우 1.8GHz 등의 대역으로 구축돼 있다. 재난망의 주파수 대역은 700MHz로, 상용망과 다르기 때문에 중계기 연계 과정에서도 주파수 변환을 위한 별도 장치가 구축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ISP는 설명하고 있지 않다. 재난망과 상용망을 중계기로 연결해 활용한다면 그 과정에서 통신을 할 때 '핸드오버'라는 기지국 간 연계과정 또한 필요하다. 상용망과의 연계를 위해 일부러 더 복잡한 설계를 하고 운영을 해야 하는 셈이다.
안전처가 당초 강조했던 '시범사업을 통한 검증' 또한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은 대규모 국책사업에 앞서 수행하면서 문제점들을 점검한 후 수정, 보완해야 하는 단계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 현 재난망 사업에서는 이러한 수정 보완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이 빠져있다.
전문가들이 이번 시범사업을 사실상 '선행사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범사업이 아닌 선행사업인 경우, 사업 내용이 본 사업까지 연계되기 때문에 사소한 오차도 본 사업에서 큰 허점으로 드러난다. 결국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예산만 추가해야 할 최악의 경우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이미 시범사업에 대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안전처가 사업 발주를 강행하고는 있지만 상용망 연계 등의 부분에서 예산 증가 등이 대단히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고 본사업(확산사업), 완료사업까지 일사천리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각 사업마다 국회의 예산 심의를 다시 거쳐야 하는 만큼 지금이라도 보다 면밀한 시범사업 계획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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