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부실 은닉이 드러나 파문을 던진 대우조선해양의 노조와 회사 측이 단체교섭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조가 기존 요구조건을 회사 측이 수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 상황이 급속히 악화함에 따라 회사 측이 이를 수용하기 쉽지 않아 진통을 이어갈 전망이다. 부실 처리 과정에서 예상되는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과 맞물려 노사 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17일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노조가 요구해온 기본급 인상 등 5개 조항을 논의하고 사측의 안을 제시하는 협상을 진행했다. 노조는 지난 3월26일 기본급 12만5000원 인상, 복지기금 50억원 출연, 휴가비 150만원 추가, 처우개선, 노사추진 TFT 내용 임단협 반영 등 5개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으나 정성립 신임 사장 선임 건이 불거지며 관련 논의를 중단한 바 있다. 예년에 비해 늦은 5월 21일 첫 교섭을 시작, 지난 14일 16차 교섭까지 지루한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16차례라는 진행 차수가 무색할 만큼 알맹이 없는 교섭이 진행됐다"며 "구성원들의 노동력에 대한 대가가 열매를 받아야 하는 만큼 5개 요구조건 모두 원안대로 관철돼야 하며 대우조선 울타리 안에서 어렵고 힘든 노동을 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하계휴가 전까지 반드시 결론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회사가 장난칠 경우 이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그간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등에서 조 단위의 손실을 입고 이를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던 것이 드러나 파문을 던지고 있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부실 규모를 점검하기 위해 다음 주 초부터 실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실사 범위를 해외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 중국 산동유한공사, 북미 풍력부문 자회사 드윈드와 트렌튼 등이 대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다른 경쟁업체들과 달리 지난해 4분기까지 호 실적을 냈으나 지난 1분기 8년 만에 분기 단위 적자를 기록했고 그간 반영하지 않았던 부실을 반영할 경우 2분기 중 2조원을 넘는 손실이 확실시된다. 일각에선 "이 같은 와중에 노조가 기존 요구 수용을 고집하는 것이 타당한지 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부실 은닉의 책임을 근로자에 전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채권단이 부실은닉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한편 경영개입을 강화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노사 간의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성립 사장은 취임을 앞두고 자신의 취임에 반대하는 노조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했고 노조는 이를 믿고 입장을 선회, 정 사정 선임 찬성으로 돌아섰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통상적인 협상 관행을 감안하면 결론이 나기까진 시간이 보다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