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남 ETRI 원장
김흥남 ETRI 원장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가장 중요해진 것이 바로 보안 기술이었다. 사용자가 본인 인증을 명확하게 할 수 있어야만 도난과 탈취 등의 각종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약 3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며 온라인 상거래, 인터넷 뱅킹, 전자정부 등 다양한 서비스의 사용자 인증을 책임져온 것은 바로 공인인증서였다. 이는 1999년 ETRI에서 개발한 기술이다. 하지만 최근 해킹에 의한 공인인증서 탈취와 도용 사례가 발생하여 보안성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액티브 X(엑스)로 대표되는 플러그인 방식의 불편함으로 인해 이를 해소할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주로 패스워드 만으로도 간편하게 인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도용 가능성은 서비스 제공자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을 통해 탐지하는데 이 방식 또한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패스워드를 대체하는 강력한 사용자 인증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페이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FIDO(Fast IDentity Online) 얼라이언스라는 연합을 결성, 바이오, 하드웨어 등 다양한 종류의 강한 인증 수단들이 사용될 수 있는 산업계 표준을 제시하게 됐다. FIDO 표준 규격에 따른 인증 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사용자가 지문, 홍채, 안면인식 등 바이오 정보나 시계처럼 웨어러블 장치 등 다양한 인증 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로그인이나 결제 등을 할 수 있으니 간편하면서도 안전하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고유 정보가 노출되지 않아 프라이버시 또한 보호되는 장점이 있다.

ETRI는 10여 년 전부터 지문, 홍채, 안면 인식 등 바이오인증 기술과 웨어러블, NFC(근거리무선통신) 카드 등을 이용한 편리하고 안전한 인증 기술 들을 개발해 왔다. 또 최근에는 FIDO 얼라이언스가 결성되자 적극 참여하여 국제표준 인증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BC카드와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FIDO 기술을 적용한 오프라인 간편결제기술 ZEP(Zero Effort Payment)도 개발한 바 있다. 본 기술이 FIDO 협회를 통해 전 세계에도 소개됐다. 때마침 지난달, 미국 산호세에서는 FIDO 기술 규격에 대한 최초의 인증 시험이 있었다. ETRI는 시험에 참여, 클라이언트, 서버, 인증 장치 3종에 대한 인증시험을 통과해 세계 유수한 업체들과 나란히 세계 최초로 기술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강력하고 편리한 인증 수단으로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 핵심은 FIDO 기술이 될 것이란 것에 이견이 없다. FIDO 인증 기술로의 전환이 이뤄지면 국내 사용자들도 전 세계 사용자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안전하게 로그인이나 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더 이상 엑티브 X로 인한 갈라파고스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 해외 소비자나 국내 소비자나 국내 외 쇼핑몰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쉽게 구매가 가능케 될 것이다. 이처럼 산업적 측면에서는 인증 솔루션 시장뿐만 아니라, 인증의 간편화로 온라인 상거래가 증대하는 등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 시장 진출이 원활해지며 그만큼 외국 기업들의 국내 진입도 활발해질 것이다. ETRI는 이번에 인증받은 FIDO 기술을 추가적으로 적극 기술이전해 국내 인증 환경 개선 및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코자 할 것이다. 이미 7개 기업에 기술이전 되어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국내 공인인증서가 보급되어 사용된 지 15년 만에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한 마음 한뜻으로 진행되고 있다. ETRI는 그간 공인인증서를 통해 지켜오던 온라인 이용 환경을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 2의 공인인증서 기술을 제공하여 다가오는 핀테크 시대의 안전까지 책임지며,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김흥남 ETR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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