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가 뜨거운 화두 양방향 소통 특징 볼때 플랫폼 사업 귀결 가능성 은행은 아직도 일방향 상상력과 패기로 핀테크 시장 선점해야
김형중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지난 7월 3일 별도의 연료 없이 태양광으로만 나는 '솔라임펄스 2호'가 일본을 출발해 닷새 동안의 태평양 횡단 비행을 마치고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118시간을 논스톱으로 날 수 있었던 것은 양 날개에 설치된 1만7000개의 태양광 전지 때문이었다. 이 태양광 전지가 낮에는 프로펠러에 직접 전원을 공급했고 잉여전력을 충전했다가 밤에도 프로펠러를 돌렸다.
로마클럽은 1972년 펴낸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에서 자원의 고갈을 정확히 예측했다. 그 책에 따르면 지금 구리 자원은 거의 바닥났어야 한다. 그런데 구리 전선 대신 광섬유가 출현했다. 그러자 천정부지로 폭등하던 구리 가격이 갑자기 폭락했다. 원유도 지금쯤은 고갈되었어야 하나 대체자원이 개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로마클럽의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그렇다고 로마클럽의 예측이 틀린 게 아니다. 태양광 같은 대체에너지나 광섬유 같은 새로운 매체가 그렇게 빨리 개발되고 널리 보급될 거라고 로마클럽이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더 나아가 인터넷에 정제된 수 없이 많은 정보가 넘치리라고 누구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측은 그만큼 어렵다. 그러니 핀테크가 금융산업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도 당시에는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탄탄한 유선전화가 시장에 어느 날 힘겹게 이동통신이 첫 발을 들였다. 이동통신은 틈새시장에 머물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유선 매출이 무선 매출에 역전됐다. 스마트폰이 출현하면서 상황이 또 급변했다.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모습까지 완전히 바꿔 놓았다. 눈을 떠서 눈을 감을 때까지 스마트폰 없는 하루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래서 금융에서도 모바일 핀테크가 뜨거운 화두가 됐다.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는 일이면 PC에서도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지 않는다. 그만큼 스마트폰의 위력이 커졌다. PC는 서서히 잊혀져 가는 역사 속의 유물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일부 최신 소프트웨어가 스마트폰에서는 동작하는데 PC에서는 동작하지 않는다. 금융에서도 무게중심이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상을 인코딩하는 작업은 당연히 PC의 전유물이었고 스마트폰은 디코딩만 하면 됐다.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직접 인코딩해야 하는 상황이 점증하고 있다. 그래서 인코딩은 단순해야 하고 계산시간도 짧아야 한다는 게 최근 JPEG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JPEG-XS가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코딩 표준활동이다. 여기에도 스마트폰의 위력을 반영된 것이다.
세상은 정말 빨리 변하고 있다. 그래서 변하든지 망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절대강자도 방심하면 바로 고꾸라진다. 노키아를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한다. TGiF라 해서 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에 주목하라 하더니 지금은 BATs라 해서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를 눈여겨 보라 한다. 모두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
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핀테크라는 키워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런데 핀테크도 플랫폼 사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핀테크가 단순히 온라인 금융 서비스에 국한된다면 그것은 그냥 구식 은행의 분식일 뿐이다. 사실 투자나 대출은 프로그램이 알아서 다 처리할 수 있다.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창구직원은 프로그램에 등 떠밀려 대량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서 금융권도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고객에게 투자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뉴스, 환율, 주가, 새로운 금융상품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도 경제지들이 그것은 잘 하고 있다. 다만 그게 단방향 서비스라는 게 문제다.
고객들과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플랫폼 형태일 때 핀테크의 참여율과 호응도가 높다. 그런데 은행은 여전히 최소의 정보만 제공하는 문턱 높은 일방향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금융권의 상상력이 부족해서거나 규제에 안주하기 때문일 거다. 누구든 핀테크 플랫폼을 선점하는 곳이 선도효과를 볼 것이다. 가입자 수가 증가하면 외부성에 의해 고객 수와 금융거래 규모가 더 커지고 양면시장으로서 광고 등의 부수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크라우드펀딩이 가능하도록 금융당국이 공모 규제를 풀었다. 고객에게 공모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수익률도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해 볼 수 있게 해주고, 수익률 전망에 대해 토론도 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의 주인공은 고객에게 기회와 재미를 줄 것이다. 금융 ISP 플랫폼을 누가 선점할 지 두고 볼 일이다. 그게 은행일지, 포털일지, 아니면 상상력과 패기 넘치는 핀테크 기업일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