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용 로봇수요 많아 의료기술분야서도 각광 사회적 요구를 디자인해 정책개발과 투자 진행해야 경제 활기 되찾을 것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방위사업학과 학과장
지난 6월초 MERS의 공포가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을 때 미국에서 온 뉴스 하나가 우리에게 큰 기쁨이 됐다. 설정된 원자로 재난 현장을 극복하는 미션을 주제로 하는 미국 DARPA 로봇 챌린지(Robotics Challenge) 결선에서 우리나라 KAIST팀이 1등을 차지한 것이다. 그 팀원들 모두에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이 DARPA 대회는 명확하고 재미있게 디자인된 사회적 요구를 제시하고, 경진 대회 형식을 통해서, 첨단 로봇기술의 발전을 그 목적으로 한다. 산업용로봇이 탄생한 미국에서는 항상 로봇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사회적 요구를 만드는 노력을 선행해 왔다. 오바마 정부는 제조업의 혁신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강화함으로써 로봇산업의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국방로봇, 수술로봇, 물류로봇 등은 미국이 사회적 요구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최고의 작품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조업 분야 로봇산업이 작지만, 존재하는 이유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산업에서 오는 명확한 사회적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로봇청소기가 일본에서는 안 되는데 한국에서 되는 이유는 한국의 실내 환경과 새로운 가족 문화가 만들어낸 사회적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통해서 보더라도 사회적 요구가 있다면 그에 해당하는 로봇산업은 성장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3년 동안 사회적 요구를 이해하고 디자인하는 노력보다는 기술개발에 주력해 왔지만, 만족할 만한 결실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로봇과 관련된 정책을 만들거나 개발을 하는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더 중요한 것은 로봇기술과 산업의 성장이 일차적 사회적 요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보다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 것이 일차적 사회적 요구이며 그 예는 다음과 같다. 환자와 의사에게 혜택을 주는 더 나은 의료기술이 필요하다. 자동차 생산 품질을 향상해야 한다. 병사/부대의 안전과 전투력은 현재보다 2배 이상 향상돼야 한다. 해파리에 의한 어민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이와 같은 사회적 요구를 만족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 중에 로봇이 최적의 수단이라는 결론이 나올 때만 비로소 그 사회적 요구는 로봇을 핵심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회적 요구로 구체화되는 것이다.
로봇이라는 수단을 포함하게 되는 사회적 요구에는 세 가지 대표적인데 첫째는 DARPA 경진 대회, 국방/재난 로봇 분야와 같이 국가나 정부기관이 만들어내는 선도-사회적 요구, 둘째는 제조업용 로봇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재 수요자가 강하게 바라는 현재-사회적 요구, 셋째는 수요자가 필요하지만 필요한 줄 모르고 있는 잠재-사회적 요구이다. 이 중에 선도와 잠재-사회적 요구의 디자인은 오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 집단을 필요로 한다. 스티브 잡스는 잠재-사회적 요구를 발견하고 디자인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최근 판매를 시작한 소프트뱅크의 감정 로봇 페퍼(Pepper)와 로봇청소기는 잠재-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한편 현재-사회적 요구는 로봇전문가와 수요자가 모여 함께 분석되고 디자인된다.
사회적 요구가 올바르게 디자인된 것을 구별하는 방법은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1)Before → After 변화의 명확한 목적 (2)인간과 기술(로봇)의 역할분담에 의한 공존 관계의 디자인 (3)After 사회에 필요한 법/제도 또는 규정의 준비 가능성 그리고 (4)일차적 사회적 요구의 달성도를 검증하는 측정방법(Measure)을 포함해야 한다. 이런 이해 없이 시작하는 기술개발은 대부분 애매하고, 방향성 없고, 언제 끝날지 모르고, 끝났다고 해도 끝난 것이 아닌 결과가 된다.
매우 복잡한 구조로 발전한 현 사회 상황에서, 국가는 사회적 요구를 잘 디자인하고 정밀하게 준비하는 노력에 더 많은 정책개발과 투자를 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한국형 프라운호퍼 지원방식'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국가연구소 예산 지원 방식은 민간으로부터 받는 연구개발비를 중요하게 반영하자는 방향이다. 이 제도는 현재-사회적 요구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올바른 사회적 요구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기술개발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그 연구원들만 고생하게 만들지 말고 정부도 사회적 요구를 디자인하는 노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강하게 추진하는 정책개발 노력을 더 해야 한다. 같은 꿈을 꿔야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