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 고전에도 나오고 성경에도 적혀 있는 말이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도 적절한 때를 놓치면 돈이 더 들어가게 되거나 아니면 아예 기회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우리나라도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00년부터 2003년 사이에 수 차례 미국과 러시아로부터 우주관측장비와 모듈 건설 분야에서 참여 제안이 있었으나 예산 문제로 무산되고 말았다. 2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은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다목적위성 1기의 사업예산 보다 적은 예산이다. 그 때 과감하게 참여했더라면 국가 위상 상승, 국제협력 및 우주과학 발전 등에서 많은 소득이 있었을 것이다. 이소연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 11일간 머물다 왔을 때 국민 모두가 환호했던 것을 돌이켜 볼 때, 매우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달 탐사 계획은 NASA에서도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밝히고 있으므로 우리로서는 우주탐사 기술을 점프 스타트 시켜 우주강국의 대열에 참여할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우주개발에서는 국제협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며 이를 통해 훗날 대형 국제공동 탐사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손쉽게 마련해 놓을 수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담당하는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9.3%가 달 탐사선 개발이 '매우' 또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지지 의사를 나타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 탐사 계획은 '예산 제로(Zero)'의 상황에서 아직도 표류하고 있으니 또 다시 실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의 모든 연구개발 사업이 선진국 모방형으로 추진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달 탐사 사업에는 소극적인 것은 달 탐사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오늘날의 우주강국들의 달 탐사 경쟁은 냉전시대의 달 탐사와는 달리 분명한 실리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다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것들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15세기에 시작한 대항해 시대를 통해 유럽 열강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많은 식민지를 확보했으며 후손들이 지금까지도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오늘날의 우주탐사 경쟁도 대항해 시대와 유사한 양상이므로 유사한 결과를 예상하고 자라나는 자녀들과 후손들을 위해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우주강국들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수 십 년간 퍼부어 추진해 온 달 탐사 분야에 국민 1인당 4000원의 예산으로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우리가 어차피 가게 될 길이라면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때를 놓치지 않고 계획대로 달 탐사 사업에 착수한다면 우주강국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탁민제 KAIST 교수 국가우주위원회 국가 우주위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