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파워가 국력인 시대 스마트 과학기술외교 필요
대전 세계과학정상회의 주목 국제적 위상 걸맞은
글로벌 리더십 확보로 스마트 과기역량 높여야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21세기의 국제질서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슈퍼 파워의 시대에서 G20로 대변되는 국제질서의 다극화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따라서 소프트파워가 더욱 중요한 국력이 되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로 개방형 혁신이 확산되고 있고,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 물, 에너지 등 산적한 글로벌 도전과제들은 과학기술적 해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 하에서 과학기술혁신은 더 이상 국내에 머물 수 없게 되었고 글로벌 협력을 동반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과학기술이 외교를 만나야 하는 것이다. 형식적 국제협력의 수단이 아닌, 과학기술이 외교의 수단이 되고 외교가 과학기술 발전을 가져오는 스마트 과학기술외교를 펼칠 때가 됐다. 과학기술을 위한 국제협력의 틀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이 가진 소프트파워를 인식하고 국익과 국위를 위해 스마트하게 활용해야 한다.

오는 10월 한국에서는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외교의 최대의 장이 마련된다. 오는 10월 19-23일 대전에서 개최될 세계과학정상회의가 그것이다. 11년 만에 OECD 및 세계 주요 국가 과학기술장관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다. 앞서 열리는 세계과학기술포럼에서는 과학기술계의 세계 정상급 리더들이 함께 한다. 명실상부한 '세계과학정상회의'인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개될 과학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우리가 주도해 나갈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OECD라는 국제기구를 활용하여 과학기술정책을 실질적으로 선도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세계과학정상회의의 주제는 '과학기술혁신을 통한 글로벌 미래창조(Creating Our Common Future through 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이다. 먼저 이 주제는 과학기술혁신에 미래지향적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과학기술혁신이 원래 미래를 지향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고심하여 OECD에 던진 이 주제는 이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는 과학기술혁신을 변방에 내버려 두었다. 입으로는 과학기술혁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세계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모두가 단기적 재정정책에만 몰두하였고 과학기술투자는 축소됐다. 에볼라 사태가 발생하자 과학기술계는 뒷북만 쳤다. 후쿠시마 원전사태에서 과학기술은 보이질 않았다. 기후변화, 세계보건, 물, 재난재해 등 그랜드 도전과제에 맞선 과학기술은 복잡하고 지지부진한 글로벌 협력 체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 과학기술혁신이 중요하다면 그 역할을 수동적, 종속적, 변방적 위치에서 능동적, 주도적, 중심적 위치로 옮겨 놓아야 한다. 그래야 인류 공동의 미래를 창조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이러한 과학기술혁신의 미래지향적 임무를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대전 세계과학정상회의는 과학기술혁신의 역할과 임무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세계과학정상회의의 더 큰 가치는 외교적 의미에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성공적으로 압축 성장을 이루어,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했다. 국제사회는 새로운 글로벌 리더로 부상한 한국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비해 우리의 국제질서 창출의 역할은 많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 논의에 있어서 우리는 지금까지 OECD 국가를 배우고 따라가는 소극적 자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과학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 과학기술정책 논의를 주도하고 이끌어 나가는 적극적 자세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과학기술혁신 전략 논의에서 우리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것은 우리를 롤 모델로 생각하는 많은 개도국들과의 협력 기회를 확고히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번 세계과학정상회의는 우리의 스마트 과학기술외교 역량을 시험하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이 도전을 우리의 과학기술정책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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