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싸움에 첫단추부터 어긋나
거꾸로 가는 ICT 산업… 원인과 대책
주파수용도 논의 중단 글로벌 경쟁력 뒤쳐져
방송지상파·유료방송 주무부처 '따로따로'
통신사전·사후규제 주체달라 정책마다 삐긋
전문가 "정부조직 실패… 독임제 ICT부처 설립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윈회(이하 미방위)가 지난 2013년 현 정부 출범 당시 정치 싸움 끝에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과 방송 정책 권한을 미래부와 방통위, 국무총리실 등으로 찢어 놓은 부작용이 3년 만에 현실화하고 있다. 주파수, 통신, 유료방송 등 곳곳에서 정부와 국회가 매번 손발이 어긋나는 걸 넘어, 이제는 국회까지 직접 정책에 개입하며 혼선을 발목을 잡는 것이 비일비재해졌다. 이제라도 이분, 삼분 나눠 먹기식 정책 결정체계를 반성하고, 제대로된 ICT 거버넌스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의원들의 나눠먹기식 정부 조직 개편의 부작용이 ICT 정책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방위는 지난 2013년 정부조직법 개편 당시 주파수 정책 권한, 유료방송 정책 권한 등을 놓고 정치 싸움을 하느라 3개월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 당시 구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은 정부 출범이 지연되며, 사실상 업무가 공전된 상태였다. 당시 여야가 3개월이나 끌고 결론 낸 합의안은 심각했다.

우선 주파수 정책이다. 주파수는 당시 여야는 주파수 정책권한을 통신주파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주파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갖도록 했다. 또 최종 결정은 총리실 직속 국무조정실에 주파수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삼원화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후진적 형태로, 본지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과 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국회는 그대로 밀어 부쳤다. 당시 전자파학회 전문가는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며 "정치권이 주파수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며 디지털 영토를 쪼갰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부작용은 심각했다. 2012년 이전 정부는 지상파방송 디지털전환이 완료된 이후 700㎒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온전히 쓰기로 하고, 세부 계획까지 마련해뒀다. 그러나 2개로 쪼개진 주파수 관련 정부 조직은 활용도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지난해 말 1년 간 연구 끝에 두 조직은 이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편이 경제성에서 우수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국회 미방위는 갑자기 정부의 통신 할당은 말도 안 된다며, 직접 '주파수 소위'를 결성해 이 주파수를 UHD 방송용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주파수 용도 논의가 갑자기 전면 중단됐다.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국가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700㎒ 주파수를 서둘러 통신용으로 확보하고 나섰지만, 우리나라만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분야도 갈가리 찢어졌다. 정부 출범 당시 논란 끝에 지상파 방송은 방통위가, 유료방송은 미래부가 주무부처를 맡기로 했다. 부처 간 나눠먹기식 업무 분장의 단적인 예다. 이렇다 보니 전체 방송산업 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생기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의 방송정책이 지상파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많지만, 유료방송은 주로 미래부가 담당하고, 방송제작 쪽은 문체부가 담당해 방통위가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지상파 정책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통신 정책 역시 사전규제는 미래부가, 사후규제와 단속은 방통위가 맡으면서 정책 핀트가 어긋나기 일쑤였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방송통신 결합상품 규제 등에 대응하느라 사업자들은 두 기관을 동시에 찾아다녀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망쳐놓은 현재 정부조직이 3년째 효과를 내지 못하며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ICT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최근 열린 국회 세미나에서 "새로운 독임제 ICT 부처를 설립해 미래부의 과학을 제외한 ICT 기능을 가져오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성·정윤희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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