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IT업계에 떠들썩한 소식이 들렸다. 글로벌 기업 IBM의 '두뇌'와 같은 왓슨연구소가 미국의 한 대학교와 함께 서울시에 투자의향서(LOI)를 보냈다는 것이다. 1961년 IBM의 창업자 토마스 J. 왓슨의 이름을 따 뉴욕 요크타운 하이츠에 설립된 왓슨연구소는 현대 슈퍼컴퓨터 개발의 효시로 평가 받으며, 다양한 산업의 기술혁신에 기여해 왔다. 특히 왓슨연구소가 개발한 인공지능 슈퍼컴은 전 세계 유명 체스 및 퀴즈 대회에서 우승하는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왓슨연구소가 서울시에 들어선다는 소식은 IT업계 뿐만 아니라 국가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었다.
한 언론사를 통해 이 소식이 나간 뒤 수십 개 매체가 후속보도를 했다. 서울시도 이를 부인하지 않으며, IBM 관계자가 두 번이나 상암DMC를 방문했으며 조만간 업무협약(MOU) 맺고 구체적인 투자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서울시는 너무 앞서 갔다. 어느 대목에선 거짓도 있었다.
투자의향서를 보낸 곳은 미국 드렉셀대학교 단독이었고, IBM 왓슨연구소 관계자는 한국 땅을 밟은 적도 없었다. 드렉셀대학교가 IBM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었지만, 왓슨연구소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내용은 확정된 게 아니었다.
디지털타임스가 이 논란을 기사화하자 서울시는 '이상한' 해명자료를 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그 누구에도 IBM과 드렉셀대학교가 공동으로 투자의향서를 보냈다고 공식적으로 확인시켜 준 적이 없다는 게 해명의 골자다.
지금도 인터넷에 'IBM-서울시'를 검색해 보면 수많은 기사가 나온다. 그 기사에서 공동으로 투자의향서를 보냈다고 확인시켜 준 서울시 관계자는 유령인가. 본지 기자도 당시 서울시 투자유치과 관계자와 직접 통화를 했고, △공동 투자의향서 △왓슨연구소 상암DMC 유치 △IBM 관계자 방한 등 모든 매체가 인용했던 똑같은 말을 들었다.
6개월이 지난 현재 실체가 없었던 거짓 유치 행태에 서울시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다. 당시 기자와 통화했던 서울시 담당자는 자기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고 발뺌한다. 심지어 다른 동료나 자신의 상관조차 당시 사실을 잘못 알고 있었고 그 내용을 언론에 설명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논란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언론을 우습게 보는 행태를 보였다.
IBM 왓슨연구소와 같은 의미 있는 투자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창구로 언론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없는 사실로 언론 플레이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더구나 자신의 말에 책임조차 회피하는 지자체는 기업은 물론 국민조차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정용철 IT정보화부 기자 jung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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