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합산규제 유례없는 법안
700㎒ 방송할당 세계 흐름 역행

국회의 발목 잡기에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경쟁국에 뒤처질 것이란 우려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가 ICT와 국가경쟁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전문성 없이, 이해관계가 얽힌 산업계 로비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700㎒ 주파수 정책과 유료방송 합산규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등 국민 이익과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규제 법안들을 만들어내면서 국가 ICT 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미방위가 업계 로비에 휘둘려 거꾸로 가는 ICT 정책들을 쏟아내며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 미방위가 출범하고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미래부와 방통위가 출범한 지 3년 6개월째 세계 유례없는 규제 법안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런 법안들은 국민 불편과 업계 갈등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통법이 대표적이다. 미방위 의원들은 단통법이 가져올 파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

단말기 보조금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통사들의 지급 규칙을 세세하게 정해 규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미래부와 이통 3사는 단통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6개월 동안 치열한 국회 로비 작업을 벌인 것은 업계에선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미방위는 전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업계에 휘둘렸다. 정부가 올린 단통법 초안은 미방위 논의 과정에서 누더기가 됐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각 지원금을 공시하는 분리공시제가 빠졌고, 보조금 상한제도 갑자기 들어갔다. 세계에서 유일한 보조금 제한법은 거센 국민저항에 부딪혔을 뿐 아니라, 직접적 부작용을 가져왔다. 국산 휴대전화 자리는 애플 등 외산업체가 고스란히 메웠다.

ICT 핵심자원인 주파수 정책도 세계 흐름을 완전히 거스르고 있다. 미방위는 지난 2013년 정부조직법을 논의할 때부터 주파수 관련 정책 결정을 미래부와 방통위, 국무총리실 등으로 3분해 누더기로 만들었다. 700㎒ 주파수의 통신 활용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미래부와 방통위가 통신할당이라는 일치된 의견을 제출하자, 미방위는 UHD 방송에 주파수를 할당해야 한다며 직접 주파수 소위를 만들어 개입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국내 최고 전파 전문가와 학계 조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현보 동국대 명예교수(전 전자파학회장)는 "잘못된 700㎒ 주파수 정책으로 ICT 경쟁력을 후퇴시킨 국회의원 이름을 역사에 똑똑히 새겨놔야 한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역시 미방위가 업계 로비에 휘둘린 대표적 사례다.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33%로 제한하는 세계 유례없는 이 법안도 국회 작품이다. 미디어 시장의 무게 추가 모바일로 넘어가고, 미국 넷플릭스의 국내 공습이 예고되는 등 스마트미디어 경쟁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오히려 시장 경쟁을 제한하며 거꾸로 가는 규제만 내놓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신 서비스 업체, 케이블TV 업체 등 사업자들은 이제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국회로 직행,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입법 로비를 벌이는 데 여념이 없다. 최근 미래부, 방통위 등 정부 관계자는 몇몇 통신사들이 미방위 의원들을 움직여 단통법, 다단계 판매 규제, 방송통신 결합상품 규제 등 여러 통신 이슈를 여론화하려는 정황을 잡고, 관련사 임원들을 불러 강력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성·정윤희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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